볼셰비키 혁명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는 가족들과 이리저리 도망다니다 결국 혁명군에서 붙잡혔다.

혁명군은 황제와 가족들을 중앙러시아의 한 도시에 억류하고 있다가 혁명 막바지인 1918년 결국 총살했다.

혁명군들은 황제의 시신을 버려진 광산 깊은 터널속에 숨길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신을 운반하는 도중에 그들의 차가 고장나 계획을 변경했다.

차가 멈춘곳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들 위에 황산을 부은 다음 매장했다.

이 사건은 공산정권이 러시아를 통치한 70년간 비밀로 묻혀 있었다.

러시아 공산정권이 무너지자 두 명의 아마추어 역사가들이 황제가 묻힌 공동 무덤을 발견했다.

지난 91년7월 러시아 정부는 무덤을 발굴해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뼈에 남아있는 총알과 대검 자국들,치료한 흔적이 남아 있는 치아들이 황제의 가족인 것처럼 보였다.

이때부터 첨단 생물학적 지식과 기술이 이용됐다.

먼저 각 뼈에서 DNA를 분리해 복제했다.

뼈의 주인들은 죽은 다음 황산으로 산화되었고 73년동안 흙에 묻혀 있었다.

이렇게 나쁜 환경에 놓여있던 뼈에서 분리된 DNA는 대부분 깨져있었지만 PCR를 이용해 원하는 유전자를 복제할 수 있었다.

유전자의 길이 차이를 이용해 남자와 여자를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자가 다섯,남자가 넷이었다.

뼈 주인들의 가족관계를 조사했다.

모든 사람들은 유전자를 두 개씩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아버지에게서 하나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는다.

따라서 자식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뼈들의 DNA 조합상태를 분석한 결과 한쌍의 남자와 여자가 다른 세 여자들의 부모로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이 무덤이 황제의 무덤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를 통해서만 자식들에게 전달이 된다.

그러므로 모계로 연결된 친척들은 모두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지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여왕과 그 딸들로 추정되는 뼈에서 분리한 DNA를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 필립왕자와 비교한 결과 일치했다.

황제의 뼈도 살아있는 친척들의 DNA와 비교해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는데 인색하지만 묻혀있던 뼈중에서 두 명은 황제와 여왕이며 세 명은 공주들인 것이 99.9~99.99%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왕자 알렉세이와 또 다른 공주 한명이 그 무덤속에 없는 것이 확인됐다.

이 두 명은 다른 곳에서 처형돼 매장되었을까.

아니면 어느 곳에서 이름을 숨기고 살고 있을까.

혁명이후에 그들에 대한 소문은 꼬리를 물고 나타났지만 그 어느 것도 신빙성이 없었다.

아직도 두사람의 행방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러시아여왕 알렉산드리아는 영국 빅토리아여왕의 둘째딸이다.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을때 러시아 황제는 처가인 영국 황실에 망명을 요청했으나 영국의 여론때문에 거절당했다.

이 연구를 위해 영국 황실과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한 것도 과거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 조양래 생물학 박사.美스탠퍼드대학 박사후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