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피곤하지?"

진성구가 어린 창녀를 향해 인사하듯이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이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고 있는 창녀에게로 갔다.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깡마른 체격,까무잡잡한 피부색,적당한 키,바짝 마른 긴 다리와 긴 목..

한 가지씩 따져보면 육감적인 육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

하나 그것 모두가 하나로 합쳐져 온몸으로 욕정을 발산하는 성욕의 화신으로 변신했다.

물론 창녀의 변신은 훈련된 가식이었고,이혜정의 그것은 진실이었겠지만..

그리고 창녀의 그런 모습은 그의 망각에서 지워질지 모르는 이혜정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그러나 닮은 점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투는 이혜정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여자임을 알려주곤 했다.

"병신이 어떻게 지랄을 하던지"

그녀가 팬티만 걸친 채로 담뱃불을 양철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말했다.

"피곤하면 그냥 잘까?"

"빨리 벗고 누워요. 빨리 끝내고 자야지"

짜증 섞인 창녀의 말에 그는 아무 말 않고 가운을 벗어 벽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반듯이 누워 눈을 감은 채 창녀에게 온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9년 전 이혜정과 마지막 정사를 가진 후 이 세상에서 마음놓고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창녀밖에 없는 것 같았다.

창녀의 입이 진성구의 귀 옆에서 조작된 흥분의 신음을 토해내면서 창녀의 엉덩이가 상하,좌우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창녀의 상체를 부서질 듯이 껴안으며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만은 누가 뭐라든 창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러나 그 사랑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참할 정도로 짧은 무아의 순간이 사정으로 막을 내리면서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가 되돌아온 현실은 창녀와 만나기 전보다 더 혐오스러웠다.

창녀를 만나기 전이 어떤 기대로 차 있었다면 사정을 하고난 후에는 절망감뿐이었다.

그는 벌거벗은 채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이고 있는 창녀의 모습에 시선을 주었다.

창녀도 그런대로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창녀의 말투와 미소는 어쩔 수가 없었다.

창녀의 말투가 조금이라도 덜 투박하고 미소가 조금이라도 더 은은하였다면 창녀를 사랑할 수도 있으련만..

그래서 이혜정을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탄식을 꿀꺽 삼켰다.

"아저씨,좀 일찍 올 수 없어?"

창녀가 재떨이에 담뱃불을 신경질적으로 비벼 끄고 침을 탁 뱉으면서 말했다.

"왜,피곤해서 그래?"

"아저씨,그럼 피곤 안하게 생겼어?.. 앉은뱅이도 항상 밤늦게 찾아오니 말이야"

창녀는 팬티를 입으며 중얼거렸다.

"알았어.일찍 오든지 안 오든지 할게"

그는 일어나 창녀에게 돈을 주며 말했다.

"누가 오지 말랬어.일찍 오랬지"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창녀가 가버린 안마시술소의 방은 더 쓸쓸했다.

진성구는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폐부 깊숙이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는 이 창녀를 찾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