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미국 뮤추얼펀드의 황금시대에 석양이 지고 있다.

이들 펀드에는 아직도 투자자금이 몰리고 투자운용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외국인이 줄을 서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겉으로만 보면 미국 뮤추얼펀드는 아직 호황이다.

최근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토는 파이오니아 그룹을 싯가총액의 4배에 달하는 12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ING은행은 렐리아스타를 61억달러에 매입했다.

지난해 뮤추얼펀드에 몰린 돈은 1조2천억달러(1천3백6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투자총액은 98년에 11%,작년 한햇동안에는 30%가 줄어드는 등 감소추세에 있다.

더 나쁜 것은 신규투자의 3분의2가 뱅가드 야누스 피델리티 등 실적이 좋은 3개 회사에만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현재 업계의 40%는 자산을 까먹고 있는 상태다.

파이오니아그룹은 지난 1.4분기에 10억달러의 투자자금 이탈을 겪었다.

이러다보니 투자운용회사들은 사업영역을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급급하다.

주식펀드의 투자자금 환매율은 92년 13%에서 지난해엔 22%까지 늘어났다.

기업 정보가 개방되자 투자가들은 보다 실적이 좋고 수수료가 싼 회사를 찾아 쉴새없이 움직인다.

실적이 좋은 야누스 펀드는 90년대 연평균 22%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수익률이 평균 12%인 메릴린치의 펀드는 지난 2년간 1백90억달러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뮤추얼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미국 투자기업연구소(ICI)는 지난 90년대 상환금 배당금 등 투자가들이 뮤추얼펀드를 통해 번 돈은 총 3조5천억달러라고 집계했다.

현재 뮤추얼펀드에 들어있는 돈은 이미 5조달러에 달해 10년 전보다 3배 늘어났다.

이는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돈의 약 3분의1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통중인 막대한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재 6백개의 기관과 1만1천명의 개인 펀드매니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합병도 시장포화를 해결하지 못한다.

취리히켐퍼는 스쿠더 스티븐스 앤 클락을 인수했다 핵심인력들이 빠져나가 오히려 큰 손실을 입었다.

두번째 문제점은 올초 나스닥 인터넷주식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뮤추얼펀드의 강점이었던 분산투자가 매력을 잃게 됐다.

최근 미국 주가지수의 속락으로 분산투자의 인기가 다시 높아질 수도 있지만 지난 몇달간 이미 많은 투자가들이 수익률을 높이고 비싼 수수료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직접투자를 선택했다.

셋째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채권펀드는 통상 연간 1%를,주식펀드는 1.4%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특정산업군에 투자할 경우 수수료로 2%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반면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소극적 투자방식을 택한 뱅가드펀드는 매니저들이 직접 투자품목을 고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었고 이 점이 곧 성공요인이 됐다.

뱅가드에 이어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BGI)도 주가지수펀드(인덱스펀드)로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BGI가 새로 내놓은 S&P 500 인덱스펀드는 연간 수수료가 0.1%에 불과하다.

이는 뱅가드의 인덱스펀드보다 절반 낮은 수준이다.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하는 이들은 투자종목을 직접 고르는 "능동적인" 펀드보다도 올해 판매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뮤추얼펀드 역사상 처음으로 새로 생기는 기업보다 청산.합병을 통해 사라지는 기업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가들이 포화상태인 펀드시장에서 돈을 잃기 시작하면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 hankyung.com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5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