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매각과 국부유출..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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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3 총선중 주요 정책 쟁점의 하나로 국부유출론이 크게 대두됐었다.
국부유출론은 한나라당 측이 주장한 것으로 그 논지는 김대중 정부가 구조조정을 빌미로 건실한 국내기업을 싼값에 반강제로 해외에 매각하고 있으며 이는 국부의 중대한 유출이라는 것이다.
정부 여당측은 국부유입론으로 이에 맞서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였다.
여기서 유감스럽게 느끼는 것은 이 논쟁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국부유출론이 크게 정치 쟁점화된 적이 있다.
이 논쟁은 크게 세 가지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종속론적 시각에서 본 국부유출론이다.
80년대 초 한국에서도 크게 부각된 종속론은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후진국 정권과 정경 유착을 통해 후진국 국유기업을 싼값에 매입한 후 노동을 착취하고 과실송금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자본의 침투는 후진국 경제를 빈곤과 저개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자생적 국부 축적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저해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시각은 "동공화 (hollow-out) "현상 이론이다.
이 이론은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길핀 교수가 주장했던 것으로 70년대 이후 미국 패권력의 상대적 쇠퇴는 미국 소재 다국적 기업들의 과도한 해외투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즉 미국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미국자본과 기술의 해외전이를 가져오고 이는 미국경제의 동공화 현상을 유발하는 동시에 일본이나 독일의 도전력을 키워 부정적 부메랑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국부 유출을 국력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이 이 시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80년대 후반 일본 노동계도 이와 유사한 "도너츠 효과"론을 제기했었다.
85년 프라자 협약은 일본 엔화의 급작스런 강세를 가져왔고 일본기업들은 이러한 "엔고"현상을 활용 미국 동남아 유럽 등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의 해외전이가 급속히 이루어졌고 일본경제는 알맹이가 빠진 도너츠형 경제가 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이 주장하는 국부유출론은 미국과 일본 유형보다 오히려 종속론이나 중상주의 시각에 가깝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비준하고 OECD가입을 촉진했던 동시에 세계화 전략의 핵심세력으로 역할을 했던 한나라당이 이러한 주장을 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화 경영이란 미명 하에 우리 재벌이 해외에서 싼값에 타국의 기업들을 매입,흡수 합병하는 것은 정당화되고 외국기업이 이와 유사한 관행에 임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
정부 여당측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아무리 부실기업정리가 화급하다고해도 해외매각을 기정 사실화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
물론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나쁘고 이들에 대한 매각이 또 다른 형태의 경제력 집중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매각 가치가 절하되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로서는 조속한 매각이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국부유입론이란 막연한 명분론으로 해외매각을 강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차제에 국부유출 대 국부유입론과 같은 사안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될 것이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이미 대세는 결정됐다.
시장경제와 경제 자유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국적에 관계없이 시장기능에 따라 기업의 매각과 흡수 합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만 분명히 하면 된다.
끝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국부의 유출보다는 유입에 가깝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80년대 후반 미국 언론은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 증가와 대규모 부동산 매입 현상을 경제적 "진주만 폭격"으로 까지 비유하며 미국의 국부 유출을 우려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은 "헤이세이" 장기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보기드문 활황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또한 흥미있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마하티르 수상이 IMF 구제금융을 청하지 않고 "워싱턴 컨센서스"에 반하는 정책을 폈는데도 불구하고 97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외국인의 직접투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계속 해외투자 유입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국부유출론과 같은 부적절한 논쟁은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한국의 중상주의적 타성을 부각시켜 세계화 시대의 한국경제에 파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cimoon@ bubble.yonsei.ac.kr
국부유출론은 한나라당 측이 주장한 것으로 그 논지는 김대중 정부가 구조조정을 빌미로 건실한 국내기업을 싼값에 반강제로 해외에 매각하고 있으며 이는 국부의 중대한 유출이라는 것이다.
정부 여당측은 국부유입론으로 이에 맞서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였다.
여기서 유감스럽게 느끼는 것은 이 논쟁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국부유출론이 크게 정치 쟁점화된 적이 있다.
이 논쟁은 크게 세 가지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종속론적 시각에서 본 국부유출론이다.
80년대 초 한국에서도 크게 부각된 종속론은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후진국 정권과 정경 유착을 통해 후진국 국유기업을 싼값에 매입한 후 노동을 착취하고 과실송금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자본의 침투는 후진국 경제를 빈곤과 저개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자생적 국부 축적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저해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시각은 "동공화 (hollow-out) "현상 이론이다.
이 이론은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길핀 교수가 주장했던 것으로 70년대 이후 미국 패권력의 상대적 쇠퇴는 미국 소재 다국적 기업들의 과도한 해외투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즉 미국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미국자본과 기술의 해외전이를 가져오고 이는 미국경제의 동공화 현상을 유발하는 동시에 일본이나 독일의 도전력을 키워 부정적 부메랑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국부 유출을 국력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이 이 시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80년대 후반 일본 노동계도 이와 유사한 "도너츠 효과"론을 제기했었다.
85년 프라자 협약은 일본 엔화의 급작스런 강세를 가져왔고 일본기업들은 이러한 "엔고"현상을 활용 미국 동남아 유럽 등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의 해외전이가 급속히 이루어졌고 일본경제는 알맹이가 빠진 도너츠형 경제가 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이 주장하는 국부유출론은 미국과 일본 유형보다 오히려 종속론이나 중상주의 시각에 가깝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비준하고 OECD가입을 촉진했던 동시에 세계화 전략의 핵심세력으로 역할을 했던 한나라당이 이러한 주장을 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화 경영이란 미명 하에 우리 재벌이 해외에서 싼값에 타국의 기업들을 매입,흡수 합병하는 것은 정당화되고 외국기업이 이와 유사한 관행에 임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
정부 여당측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아무리 부실기업정리가 화급하다고해도 해외매각을 기정 사실화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
물론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나쁘고 이들에 대한 매각이 또 다른 형태의 경제력 집중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매각 가치가 절하되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로서는 조속한 매각이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국부유입론이란 막연한 명분론으로 해외매각을 강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차제에 국부유출 대 국부유입론과 같은 사안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될 것이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이미 대세는 결정됐다.
시장경제와 경제 자유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국적에 관계없이 시장기능에 따라 기업의 매각과 흡수 합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만 분명히 하면 된다.
끝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국부의 유출보다는 유입에 가깝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80년대 후반 미국 언론은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 증가와 대규모 부동산 매입 현상을 경제적 "진주만 폭격"으로 까지 비유하며 미국의 국부 유출을 우려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은 "헤이세이" 장기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보기드문 활황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또한 흥미있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마하티르 수상이 IMF 구제금융을 청하지 않고 "워싱턴 컨센서스"에 반하는 정책을 폈는데도 불구하고 97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외국인의 직접투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계속 해외투자 유입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국부유출론과 같은 부적절한 논쟁은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한국의 중상주의적 타성을 부각시켜 세계화 시대의 한국경제에 파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cimoon@ bubbl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