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이 그룹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정리하고 자동차 최대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와 향후 경영구도가 명확해졌다.

정몽헌 현대회장은 명실상부한 그룹총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면서 경영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

정몽구 회장으로서도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와 대우자동차 인수전 등을 앞둔 시점에서 정 명예회장의 가세로 확실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몽헌 회장은 이번 지분변동 과정에서 자신의 현대상선 지분 13.44%를 4.9%로 낮추는 대신 이 매각대금으로 정 명예회장의 현대건설 지분 4.1%를 인수, 7.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또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지분율 23.8%),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11.59%)가 됐다.

이번 지분변동으로 그룹의 분할구도도 보다 명확해졌다.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은 "자동차 건설 전자 중공업 금융및 서비스라는 5개 소그룹분할을 오는 2003년까지 마치도록 돼있지만 앞으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현대상선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앞으로 줄여나가 계열분리를 차질없이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 자동차회장으로서도 정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가세함에 따라 해외업체와의 제휴 등을 앞두고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계열분리를 당초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고 관련 계열사의 지나친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결정은 평소 자동차에 애착이 강한 정 명예회장이 해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와 경영권 보호 등 중대 과제가 많은 자동차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정 명예회장 본인이 전적으로 내린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동차소그룹내에서는 상호출자제한과 유동성 등에 한계가 있어 지분을 매입하기가 어렵게 돼있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일을 과거의 "경영권분쟁"과 관련지어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정 명예회장이 자동차의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점을 상기시키면서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에 간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현대차쪽에는 발표당일 이계안 사장을 통해 통보했다"고 말했지만 자동차측과 긴밀한 사전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김 위원장은 계열분리문제는 구조조정위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어서 자동차쪽과 앞으로 실무적인 마찰을 빚을 우려도 없지 않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