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론이 진정되는듯 하면서 일부 중견기업중심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어음(CP) 발행이 사실상 중단됨으로써 올들어 CP 순발행(발행액-상환액)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신용도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극심하다.

일부 초우량 대기업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미 발행한 회사채 및 CP를 상환하는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아무리 금리를 높여도 발행자체가 안되는 등 자금시장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새한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이후 금융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매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따라 신용등급이 BBB(트리플B) 이하인 몇몇 기업들이 계획했던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등 일부에서 금융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새한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금융기관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매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은 일주일 전에만 해도 연 11.2~11.3% 수준에서 회사채를 쉽게 발행했으나 지금은 이보다 0.2~0.4%포인트 높은 연 11.4~11.5%를 제시해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초단기 자금조달창구인 CP 시장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CP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4천6백94억원을 기록했다.

CP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특히 새한그룹 워크아웃 신청 이후 발행이 급감하는 추세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 발행하는 A급 어음의 할인금리는 전달보다 0.2~0.3%포인트 가량 올라 연 7.4%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비해 새한그룹과 신용등급이 비슷한 중견회사들의 CP 할인금리는 전달보다 0.8%포인트나 치솟았다.

그나마 투자신탁회사와 은행들이 CP 인수를 꺼리면서 정상적인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들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여신기업중 약간의 이상조짐만 나타나도 추가여신을 중단토록 조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M2(총통화) 증가율이 30%에 달하고 기업들의 당좌대출소진율도 20%선을 유지하는 등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라며 "다만 주식과 채권 발행시장이 위축돼 안정성이 불투명한 기업의 경우 금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현승윤.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