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가 불안정한 등락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거래 자체가 아예 끊어진 정도라고 한다.

하이일드 펀드와 후순위채 펀드 등의 신규발매로 다소간 활기를 보였던 중간등급(B급) 회사채는 거래는 물론 호가조차 사라진지 오래고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까지 거래 부진 상태에 빠져들면서 채권시장이 제기능을 잃고 있다는 진단들이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시장까지 마비상태를 보이는 이같은 증시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대우사태가 터져나온 이후부터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채권시장이 그나마도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4월까지의 회사채 발행액이 3조6천억원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선에 그쳤다지만 지난해의 실적이라는 것 자체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기업들에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공급해주는 것을 본연의 기능으로 하는 채권시장이 이처럼 사실상의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경제 전체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구도가 아니라는 점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채권시장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이후에는 기업들의 공급 능력이 더욱 심각한 애로에 봉착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지만 기업자금 조달 부진과 자금시장의 경색,그리고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야말로 이같은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뿌리라고도 할 것이다.

채권시장 부진은 단기적으로는 새한그룹의 워크아웃과 영남종금의 영업정지등 단기적인 악재들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최대의 채권 투자기관인 투신사의 누적적인 부실과 이에따른 운용능력의 제한등 채권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의 금융부실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채권시장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하고 장단기 금리차가 갈수록 확대되는등 미숙한 금융정책이 누적되어온데도 적지 않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가 두배 가까이 벌어지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과 운용이 초단기화하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올해초 약속한 채권시장 육성방안을 조속히 구체화하는 외에도 장단기 금리차를 2~3%포인트 내외로 축소하는등 보다 탄력적인 금리 정책을 모색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