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됨으로써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2차 공적자금 수혈이 시작됐다.

직접적인 공적자금 64조원을 포함해 이미 1백1조9천억원의 자금을 금융구조조정에 투입했지만 추가 소요액만 해도 30조원에 달한다.

공적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할지 공적자금 전반에 관해 긴급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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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이후 1백2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붓고도 금융과 기업부문이 모두 삐걱거리고 있다.

최대 1백50조원으로 추산되는 잠재부실 탓이다.

이 때문에 상장된 40개 금융주 가운데 75%(30개)가 액면가를 밑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즐겨쓰는 표현대로 "잔잔한 호수 수면아래 잠겨있는 쓰레기가 물이 줄어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호수(금융시장)는 돌(새한그룹 워크아웃, 영남종금 영업정지 등)을 던지면 금방 흙탕물로 변할 만큼 취약하다.

금융권이 드러난 부실(무수익여신)은 작년말 현재 66조7천억원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1백조원을 웃도는 수면 아래 부실(워크아웃 여신)을 주목하고 있다.

드러난 부실과 워크아웃 여신, 부실우려기업의 여신을 합치면 잠재 부실규모는 1백50조원에 이른다고 금융연구원은 잠정 추정했다.

이는 금융권 총여신의 26%에 달한다.

제일은행에 8조7천억원을 넣고도 또 4조~5조원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부실정리가 미흡한 탓이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별무효과이고 헛돈 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80년대 금융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은 최우선으로 부실정리에 주력해 3년만에 다 털어내고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구조조정의 방향을 잠재부실 우려를 해소하는 쪽으로 틀고 공적자금도 부실청소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공적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선진금융기법이나 인력개발 이사회구조 등 소프트웨어적인 개선은 미미하다.

외국 금융기관들의 거센 공세앞에 공적자금 은행들이 제 역할을 해낼지 의문시된다.

이들이 합병논의에 휘말리는 것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또다시 은행의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8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제일은행은 직원들에 대한 명예퇴직금으로 최대 30개월치를 지급,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혈세를 쏟아붓게 만든 부실경영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30조원의 공적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을 맞았다.

대우처리 과정에서 투신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떠안은 부실을 청소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다.

일부에선 그 규모가 적정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년여의 경험상 금융개혁의 성패는 공적자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퇴출을 늦춰 4조원을 더 쏟아부었던 대한종금 나라종금의 사례처럼 투입시기를 늦출수록 더 들어가는게 공적자금의 생리다.

적기에 필요한 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만이 국민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쓰인 돈을 철저히 관리 감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정치권에서 추가공적자금 소요액을 다시 조사하자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쓰인 돈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