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적자금 추가수요를 올해 20조원, 내년 10조원 등 30조원으로 봤지만 이것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동의가 필요한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적 공감대가 미흡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유발 등 부적절한 측면이 많다는 설명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적자금의 책임과 원칙을 세워 추가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다르다.

정부는 올해 자산관리공사 여유자금, ABS(자산유동화증권) EB(교환사채) 발행, 보유주식 담보 차입 등으로 14조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것만으로는 올해 소요액보다 6조원이 모자란다.

다음달까지 은행의 잠재부실을 드러내면 공적자금 추가조성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계는 점치고 있다.

잠재부실의 핵심인 워크아웃 여신 1백5조원 가운데 32조원만 부실채권(무수익여신)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여신에 대해선 2~20%의 충당금만 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여신의 현재가치를 평균 50%로 봐도 지금보다 20조원이상 부실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부는 잠재부실을 해소할 은행의 증자계획을 받겠다고 했지만 현재 주가에서 증자를 해낼 은행이 거의 없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부실규모와 구조조정 재원을 투명하게 밝히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합병을 통해 부실은행을 클린뱅크(건전은행)로 만들려는 정부 의중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증자지원이나 부실채권 매입이 불가피한데도 정부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재정기금으로 후순위채 매입을 검토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돌발변수에 대한 여유재원도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2금융권 예금대지급으로 5조~6조원을 책정했지만 벌써 영남종금에 1조2천억원을 넣어야 한다.

특히 내년부터 예금보장 축소로 중소 금융회사의 예금대지급 수요가 커질게 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닫은 금고에 평균 2천억원, 신협은 1백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5조원이면 부실해진 금고 20개, 신협 1백개 정도를 정리하는데 불과한 수준이다.

대한생명은 2조원을 넣고도 자산부족이 1조5천억원에 달해 추가투입 여부가 논란거리다.

정부는 일단 공적자금 추가수요에서 대생을 뺐다.

금감위 관계자는 "시급하지 않고 안넣어도 회사가 굴러가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생 관계자는 "지금 메워주면 3~4년내 회수할 수 있지만 이대로 가면 7~8년이 지나도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가 공적자금을 원칙 없이 쓴 결과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를 낳은 것도 부인키 어렵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를 두고 "공짜점심"에 비유했다.

공적자금 논란에서 간과돼온 이자부담도 문제다.

정부 재정(예산)에서 지급되는 이자가 올해까지 벌써 11조2천억원이다.

내년 9조원을 비롯 공적자금 회수시한인 2006년까지 총 30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1백2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에다 30조원의 이자를 합치면 국민 1인당 2백81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