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우편업무 자동화기계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30여년동안 우정용품을 국산화해온 을지의 김영복(65) 회장의 포부다.

소인을 찍는 도장 생산에서 시작한 김 회장은 요즘 을지의 기술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우편물 자동구분기를 최근 개발했기 때문.현재 우편물 자동구분기는 일본의 도시바,NEC,독일의 지멘스 등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3년간 5억원을 들여 개발한 이 제품은 우편물을 주소별로 자동 분류한다.

을지는 주로 자동 순로구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동 순로구분기는 우체국에서 집배원들이 배달할 순서로 우편물을 직접 분류하던 것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정보통신부에서 2005년까지 1천5백억원 정도의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순로구분 자동화 사업에 이 제품을 납품하는 게 목표다.

이 제품은 조작 방법도 쉬워 특별한 교육없이 누구나 작동시킬 수 있고 유지와 보수도 간편하다.

올해안에 한글문자인식기를 설치한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을지에는 1백1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김 회장은 회사 주변 주공아파트에 30여채의 아파트를 사원 아파트로 제공하고 있다.

이 사원 아파트에는 회사를 떠난 옛직원이 아직 살고 있다.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둔 한 여직원이 사정상 이사하기 어렵자 이를 딱하게 여긴 김 회장이 계속 살게 해준 것.이런 가족같은 분위기 덕분에 사원들은 한번 입사하면 좀처럼 그만 두는 일이 없다는 것.23년을 근무한 박경완 사장은 "을지에서 보낸 젊은 시절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문리대를 나온 김 회장은 지난 70년 을지를 설립해 우정자동화 기계와 통신사무기기 전문업체로 성장시켜왔다.

지난해 정보통신의 날에는 30여년동안 우정 자동화 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자본금은 26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2백20여억원.최근 주문량이 계속 늘어 주변에 있는 공장을 매입해 생산시설을 늘릴 계획이다.

김 회장은 "우정사무용품을 국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수출에 주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032)814-2040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