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꽃밭론'과 '바가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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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역시 최대관심은 한국경제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2의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 있느냐 여부다.
국제금융기관들은 한국과 같은 IMF국가들의 위기는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보고 있다.
먼저 외화유동성에 금이 가면서 생기는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 한국처럼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금융위기로 진전된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실물부문에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장치에 해당하는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게 된다.
물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
우선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 대외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과 경제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98년에 3백90억달러,지난해에는 2백60억달러에 해당하는 경상수지흑자로 여타 금융위기국가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했다.
그 결과 경제가 회복될 수 있었고 국가신용등급도 불과 1년만에 다시 투자적격 단계로 조정될 만큼 해외시각이 개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최근 들어 한국경제내에서 위기론이 갑자기 대두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요인중에서 국제금융기관들은 크게 두가지 점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경제현실에 대한 경제주체간의 인식차가 위기론의 빌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은 97년 외환위기로 몰릴 때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 지표의 양호함을 들어 위기가 아니라는 소위 "펀더멘털론(fundamentals)"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주식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주체간의 책임공방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경제현안에 대해 정책당국자들은 급한 불을 끄다 보면 꽃밭을 밟게 되는 소방관에 비유해 "꽃밭론"를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난 2년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한 결과 이제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지른 사소한 일로 최근에 우리 경제의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해서 현 경제팀이 무능하다니 교체해야 하느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은 해도 너무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금융불안의 주범인 투신권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식을 놓고 "바가지론"을 들고 있다.
얼마전 강원도 일대에 난 큰 불도 초기단계에서 몇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진화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연초에 투신권 구조조정에 대해 신속히 대응했으면 최소한 위기론은 제기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이 부문은 중요한 지적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우리처럼 초기단계에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후 경제가 계속해서 안정되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스템 위험을 치유하는 단계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바로 이 부문에 대한 평가를 신용공여 지속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시한다.
대부분 외환위기 국가들이 유동성 위험을 해결한 후 시스템 위험을 해결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의 정책당국자처럼 꽃밭론에 취해 정책을 실기할 경우 "IMF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나면서 "제2의 경제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 관례다.
결국 국제금융기관들의 이같은 평가로 보아 최근에 한국경제의 위기론은 "경제주체간의 신뢰위기"로 집약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를 완전히 끝나기 전에 너무 빨리 경제회복의 맛을 본 상태다.
시기적으로도 총선 이후 일종의 레임덕 현상에서 그런지 경제주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전히 꽃밭론에 취해 있다보면 현재 논의차원인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은 경제현실을 바로 읽고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각이든 대통령의 언질이든 간에 현 경제팀에 대한 위상재정립은 전제가 돼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역시 최대관심은 한국경제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2의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 있느냐 여부다.
국제금융기관들은 한국과 같은 IMF국가들의 위기는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보고 있다.
먼저 외화유동성에 금이 가면서 생기는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 한국처럼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금융위기로 진전된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실물부문에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장치에 해당하는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게 된다.
물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
우선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 대외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과 경제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98년에 3백90억달러,지난해에는 2백60억달러에 해당하는 경상수지흑자로 여타 금융위기국가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했다.
그 결과 경제가 회복될 수 있었고 국가신용등급도 불과 1년만에 다시 투자적격 단계로 조정될 만큼 해외시각이 개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최근 들어 한국경제내에서 위기론이 갑자기 대두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요인중에서 국제금융기관들은 크게 두가지 점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경제현실에 대한 경제주체간의 인식차가 위기론의 빌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은 97년 외환위기로 몰릴 때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 지표의 양호함을 들어 위기가 아니라는 소위 "펀더멘털론(fundamentals)"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주식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주체간의 책임공방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경제현안에 대해 정책당국자들은 급한 불을 끄다 보면 꽃밭을 밟게 되는 소방관에 비유해 "꽃밭론"를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난 2년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한 결과 이제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지른 사소한 일로 최근에 우리 경제의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해서 현 경제팀이 무능하다니 교체해야 하느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은 해도 너무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금융불안의 주범인 투신권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식을 놓고 "바가지론"을 들고 있다.
얼마전 강원도 일대에 난 큰 불도 초기단계에서 몇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진화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연초에 투신권 구조조정에 대해 신속히 대응했으면 최소한 위기론은 제기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이 부문은 중요한 지적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우리처럼 초기단계에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후 경제가 계속해서 안정되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스템 위험을 치유하는 단계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바로 이 부문에 대한 평가를 신용공여 지속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시한다.
대부분 외환위기 국가들이 유동성 위험을 해결한 후 시스템 위험을 해결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의 정책당국자처럼 꽃밭론에 취해 정책을 실기할 경우 "IMF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나면서 "제2의 경제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 관례다.
결국 국제금융기관들의 이같은 평가로 보아 최근에 한국경제의 위기론은 "경제주체간의 신뢰위기"로 집약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를 완전히 끝나기 전에 너무 빨리 경제회복의 맛을 본 상태다.
시기적으로도 총선 이후 일종의 레임덕 현상에서 그런지 경제주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전히 꽃밭론에 취해 있다보면 현재 논의차원인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은 경제현실을 바로 읽고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각이든 대통령의 언질이든 간에 현 경제팀에 대한 위상재정립은 전제가 돼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