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정치권에서 "면도날"이나 "송곳"으로 통한다.

매사에 철저하고 빈틈없는 성격에 민원이 통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의 독특한 캐릭터 탓이다.

따라서 관료들 사이에서는 "요주의 인물 1호"로 꼽힌다.

이런 그의 스타일은 지난주 여실히 드러났다.

이 의장이 재경부와의 당정회의에서 이헌재 재경장관과 관료를 상대로 독설을 쏟아낸 것.

"당신들은 실패한 관료다","이제 능력있는 관료라는 생각을 버려라","할 말 못할 말도 구분 못하느냐"고 몰아붙였다.

그는 또 금융시장 관계자 및 외국인 투자가들과 나눈 대화 내용도 소개하면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헌재 장관은 "죄송하다"면서도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이 의장의 불같은 기세에 압도당해 버렸다.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었다.

"속이 시원하다"는 긍정적 평가에서 부터 "실패한 교육부장관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까지 다양했다.

이 의장 본인은 "방음을 잘 해야겠다"며 비공개 회의내용이 알려진 것에 대해 다소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정부가 현실에 둔감한 것 같아서..."라고 발언 배경을 설명하는 등 여전히 "칼날"을 세웠다.

정부와 사실상 동업자 관계인 여당 정책위의장이 맹렬한 야당 투사보다 더 매섭게 말한 이유와 관련,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지만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텁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행정부를 향해 한가지 분명한 소신을 천명했다.

"앞으로 당을 통과의례 기관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의 "군기반장"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