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전문위원>

지난 24일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일본의 아시아경제연구소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양국 정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양국이 서로 관세를 없애는 것이 장기적으로 양국 모두에게 이롭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이 추가적으로 2.8%포인트 높아지고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10년 후 지금의 85~90% 수준으로 떨어지며 일본으로부터 직접투자자금도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두 기관의 연구는 양국 정부 용역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한 논의는 98년 9월 오구라 주한 일본대사가 전경련 조찬 연설에서 관련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시작됐다.

이후 작년 3월 방한한 오부치 수상이 "한일 양국이 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주도하자"고 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리고 이제 그 공동 연구결과가 긍정적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한.일FTA는 우리가 결코 가선 안 될 잘못된 길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세 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연구기관의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측 타격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도 이득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실현성이 미심쩍다.

지난해 12월 미국,일본,중국 등과의 FTA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LG경제연구소가 이를 아주 잘 지적했다.

LG경제연구소는 이들 3국 중 어느 누구하고의 FTA도 단기적으로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일본과의 FTA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FTA로 인해 산업 구조가 바뀌고 소비자 후생수준이나 경제성장률이 바뀌는 등,시간 흐름에 따른 경제 전반의 장기적 변화,즉 동태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어떤 모형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한마디로 장기예측은 연구자 마음대로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얘기다.

설사 KIEP 전망대로 단기적으론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론 유리하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그 단기적 타격이 너무나 크고 이로써 특정 산업분야가 과도하게 치명상을 입는다면 한.일FTA는 이해당사자들의 반발과 사회불안 등으로 중도에 좌초될 수 있다.

둘째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의 고객이 아니다.

이는 미국 MIT 데이비드 애셔 교수가 잘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자체적으로 수행한 계량분석결과를 활용해 일본경제가 5%라는 비현실적인 고도성장을 할 경우에도 이것이 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유발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0.4% 포인트도 안 될 것이고,한국과 중국의 경우는 0.2% 포인트도 안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일본에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아시아는 자력생존 능력이 없다.

이는 미국 MIT대 레스터 서로우 교수가 아주 예리하게 갈파했다.

그는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지역단위 경제통합체 결성이 가능하지만 아시아는 가능치 않다고 했다.

예컨대 한국이 일본에게 적자를 보는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중국에게서 흑자를 보고 있어 아시아FTA가 타당할 것 같지만,실제로 이는 미국에 대한 수출의 분업활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대부분의 경우 미국에 수출할 품목을 만드느라 서로 교역할 뿐그 자체적 수요 때문에 교역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오래 전부터 일본의 중상주의적 무역관행에 대해 잔뜩 벼르고 있는 미국이 모종의 무역적자 감축 조치에 나설 때 바로 그 때가 아시아 역내 교역도 말라버릴 때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오히려 일본과 가급적 거리를 두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일본에 닥칠 우환에 휘말리지 않도록 미리부터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백 번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