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인 금융환경의 불안으로 증시 침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한켠에선 "오히려 싼값에 주식을 살 기회가 왔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외친다.

IMF직후 두번째 찾아온 호기라고 여기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곰곰히 따져보면 전혀 얼토당토 않은 시각은 아니다.

지난 97년 11월 IMF구제금융 신청 당시나 IMF관리체제 돌입에 따른 후유증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저치인 280선까지 추락했던 98년 6월 당시와 비교해 보자.

최근 주가가 당시보다 더 하락한 종목이 널려있다.

잘만 고르면 회복기때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다.

우선 다른 변수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경제여건과 상장사들의 실적이 그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점에서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것이다.

장기간 "왕따"를 당했던 은행주 건설주등이 지난주 꿈틀거린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과연 이런 역사적인 저가주에 햇볕이 들 수 있을까.

<>공감대 형성되나=지난해 12월결산 상장사들은 12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 1.4분기에도 7조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시 사상 최대다.

올 한해는 지난해보다 약30% 정도 많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형편없이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단순한 립서비스로 흘려들을 수만 없다.

지난 25일 신영증권이 모건스탠리(MSCI)지수에 편입된 국내 69개 종목과 미국의 전통 제조주를 비교한 결과도 눈에 띈다.

미국의 가치주가 최근 3개월 동안 12% 상승한 반면 국내 69개 종목은 22.9%나 하락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사적 저평가주에 주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난 97년 11월21일 주가보다 25일 현재 주가가 더 떨어진 종목은 무려 4백74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 종목은 98개 종목에 불과했다.

분석대상에서 우선주,관리종목,신규 상장종목은 제외됐다.

오른 종목은 SK텔레콤 삼성전자 한솔CSN 포철 LG화학 다우기술등이었다.

액면분할(10분의 1)을 감안한 SK텔레콤은 3만4천7백50원에서 35만5천원으로 9백21.5%나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4만4천6백원에서 30만원으로 5백72.6% 올랐다.

인터넷 관련주인 다우기술은 72% 올랐다.

그러나 현대상사 성창기업 이건산업 한국쉘석유 전북은행 한진중공업 현대차 LG건설 대한항공 등은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상사의 경우 1만2천2백원에서 2천6백30원으로 78.4% 떨어졌다.

액면가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전북은행은 64.7%,LG건설은 37.0% 하락했다.

문배철강 인천제철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현대정공은 25일 현재 액면가인 5천원 밑으로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가 280선을 기록했던 98년 6월16일 당시 주가를 밑도는 종목도 있다.

종근당 이구산업 중외제약 메디슨 서울가스 한국제지 한솔제지 코오롱등이 그렇다.

25일 종근당은 6천9백원으로 당시의 1만2천2백76원에 비해 43.8% 하락한 상태다.

대우증권의 이진혁 조사역은 "25일 종합주가지수가 당시보다 1백49%정도 상승해 있다는 점에서 이들 종목이 그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소외당했는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장 기업이 청산되더라도 주가 이상의 금액이 주주에게 돌아오는 종목도 있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상장사들이다.

동아건설 SK케미칼 한불종금 한솔제지 대림산업 코오롱상사 한화 인천정유가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PBR이 1배 이하다.

통산 PBR이 1배 이하면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대한투신의 이재현 펀드매니저는 "저PBR종목이나 싯가총액이 순이익등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종목들은 M&A의 대상이 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전했다.

<>전망=역사적인 저평가 가치주가 햇볕을 쐬는 듯했으나 지난 금요일 장에서 다시 주저않는 쓰라림을 맛봤다.

시장참가자들이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추세가 주가추세를 결정하고 역사적인 저평가주에 대한 재평가 시도가 나타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M&A(기업 인수 합병)장벽 제거 같은 것도 성장주 보다는 저평가된 가치주를 응원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가 문제일 뿐 제가치를 평가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낙관론도 있다.

<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