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 한양대 교수/한국벤처연구소장 >

최근 벤처기업의 주가가 하락하자 일부에서는 이제 벤처붐은 막을 내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수개월동안 논쟁을 벌여 왔던 거품론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벤처현상은 일시적 붐이 아닌 사회의 의식과 구조를 바꾸는 혁명으로서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의 벤처는 태동기와 기반 구축기를 거쳐 이제 도약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년간 코스닥의 성장과 발전은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아직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 면에서는 취약한 면이 많아 보다 성숙된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

현 시점에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할 일은 벤처발전이 제로 섬의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 섬, 즉 상생(相生)의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벤처는 본질적으로 기존 시장을 나눠먹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경쟁을 한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시장을 바라보고 불확실한 기술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것이 벤처의 본질적 속성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업간 다양한 인적 물적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요하다.

또한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가치사슬의 다른 부분을 외부로 내보내는 아웃소싱이 보편화돼야 한다.

그 결과로 기업간 다양하고 복잡한 제휴관계 형성은 불가피하다.

이를 새로운 패권주의나 떼거리 문화, 또는 재벌현상과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도 서로의 보완적 관계를 활용해 상호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 생산기반, 국제 네트워크와 벤처기업의 연구개발 능력, 민첩성 등이 보완되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중소기업도 연구개발의 확대, 조직구조와 기업문화의 혁신 등을 통해 벤처전환이 가능하다.

벤처의 국제화 과정에서도 상생의 논리가 필요하다.

상생은 내가 가진 것을 무조건 내주고 나누어 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지속적인 역량강화와 발전을 통해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벤처열풍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본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최근 중국의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중국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실패를 벤처기업들이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축적, 공유 및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벤처가 상생의 게임으로 지속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적자원의 개발이다.

인력난 확산에 따라 사람 빼내오기 경쟁이 과열되면 또 다른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

외부인력의 스카우트만이 아닌 기존인력의 개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산학 협동을 통한 장기적 인력확보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만을 선호하기보다 기존 인력을 벤처시대에 적합한 인력으로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벤처가 세대간의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생의 게임을 위해서는 성과배분의 메커니즘이 발전돼야 한다.

벤처는 스톡옵션이나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스톡옵션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서도 보듯이 제도의 도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분사창업도 이제는 불가피한 현상을 넘어선 새로운 조직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이 경우 나가는 직원과 남아 있는 직원간 보상의 균형이 중요하다.

벤처시대에 적합한 보상체계와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상생의 게임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신뢰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신뢰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데서 생긴다.

따라서 신뢰의 기반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간 벤처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유형적인 성과를 창출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 왔지만 이제는 벤처지식과 문화 등 무형자산을 구축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벤처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지식과 정보를 체계화해 무지와 편견으로 인한 갈등과 오해를 줄이고 상생의 문화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적자원의 개발,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간 협력관계의 구축, 국가차원의 국제화 네트워크 구축, 인큐베이션의 전문화 등 상생의 게임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hanjh@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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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
<>한국벤처연구소 소장
<> 저서 : 강한 기업의 조건-최고경영자.경영환경,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