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과 권력의 영향을 받는 시대가 지나가고 "돈"의 힘에 의한 영향력이 정치 사회 전반에 크게 작용하는 시대가 왔다.

무력과 권력의 시대에는 사회 생활과 활동이 무력과 권력 지향적으로 편향되듯이 돈의 힘이 작용하는 시대에는 많은 사회인이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역사적 산물이었던 무력과 권력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이 정립돼 있지 않을 경우에 나타나는 병폐에서 얻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돈의 힘이 작용하는 시대에 돈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이 정립돼 있지 않다면 사회는 혼돈과 구조적 불균형을 극복하기가 어려워진다.

돈이란 본질적으로 세가지의 경제적 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돈은 가치 측정도구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구매가 가능한 모든 재화의 가치수준이 돈으로 표시될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치의 차이도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들면 10만원 상당의 재화는 그 재화 자체가 10만원의 가치수준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1만원 상당의 재화 10개의 가치에 해당된다.

둘째,가치 교환 및 이전기능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1만원을 주고 재화를 구입하면 1만원과 1만원의 가치 수준을 갖고 있는 재화가 교환된 것이며 또 한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1만원을 주면 1만원의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된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가치의 보존기능이다.

이자율이란 정책적 도구를 통해 한 시점에서의 1만원이 일정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 시점에서의 1만원에 상당하는 1만원+알파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 세계화.정보화 사회가 정착돼 가면서 돈은 본래의 기능을 초월해 돈 그 자체가 상품화됐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원인 지식과 기술 창조의 재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더하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돈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고 미래 사회 창조의 튼튼한 초석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려면 돈에 대한 사회인의 가치적 관점이 사회 구성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내용 면에서 또는 질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정립돼 있어야 한다.

돈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의 측정과 평가는 크게 세가지 방법으로 접근될 수 있다.

첫째,사회 구성원이 갖는 화폐단위에 대한 가치 수준의 범위가 가능한 한 좁혀져 있어야 하고 또 정상 분포의 유형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1만원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가치개념이 지나치게 넓게 분산되지 않아 구성원간의 가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작은 돈이라 할지라도 이를 의미 없는 작은 가치로 여기는 사람과 지나치게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의 가치괴리가 가능한 한 좁혀져야 한다.

둘째,창조 가치의 타당성 중심의 접근이다.

주로 기업과 교육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창조가치의 대상은 기술 제품 경영모델 지식 등 다양하나 이들이 적절한 가치로서 사회구성원에 의해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이 생산자와 소비자 또는 이용자간의 매개체로서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가치가 창조된다면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과정 또는 유통단계별 창조가치가 형평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그 사회적 가치가 평가될수 있어야 한다.

예를들면 이익으로서 표현될 수 있는 생산가치와 유통가치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이는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의 근원이 된다.

셋째,국가 또는 경제 단위의 신용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환율로서 대변되는 한 국가의 상대적 화폐가치는 그 국가의 미래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상대적 화폐가치는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신용과 믿음에 근거해 교환가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고 불안하면 화폐가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돈이 갖고 있는 가치 보존 및 가치 이전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화폐의 교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돈은 경제적으로 가치의 측정 평가 보전 교환,그리고 이전기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안전과 복지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신용의 대변자이다.

동시에 돈은 한 국가의 경제력의 표현이며 사회 가치관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 발전에 갖는 돈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돈에 대한 가치관을 사회적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돈은 정당하게 벌어야하며 개개인 또는 사회구성원의 가치관을 반영해 가치 있고 옳게 써야 한다.

돈에 대한 씀씀이에 따라 개인과 사회가 평가될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왜냐하면 돈의 흐름 속에는 개인과 사회의 모습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jnkim@ yur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