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순 < 현민시스템 대표이사 lhs@hyunmin.co.kr >

지난 해 일을 시작한 친구가 잔뜩 흐린 얼굴이다.

무슨 일이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돈을 받고 일해야 한다는 게 어느 순간 처량 맞게 느껴지더라"고 한다.

전업주부로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일 외에 돈 버는 일과는 무관하게 지내오던 그 친구로서는 할법한 고민인 듯 했다.

그뿐 아니라 직장에 속해 있다 프리랜서로 독립하거나 창업하는 경우에도 돈 문제가 가장 먼저 걸리는 문턱이 되는 것 같다.

손재주가 좋아 이전에도 사람들 도와주는 걸 즐기던 친구였다.

그러다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게 생소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알음알음으로 고객이 연결되기도 하는데,개중에 안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돈 얘기를 하기가 쑥스럽단다.

그 친구는 돈을 벌 필요가 생겨 일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돈 얘기로 난감해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일 자체는 고된 줄 모르고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돈을 얼마 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할 때 곤혹스럽고 거북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는 친구.

나의 예의 사업가 기질이 튕겨져 나왔다.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냐.그리고 가정이라는 수레를 끈다고 할 때 수레를 끄는 사람도 따로 있는 게 아니고.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버는 거야"

그러면서 덧붙였다.

"노동의 대가는 정당한 거고,나의 일은 수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감사해야 할 거라고도.

일을 쭉 해온 나로서는 "돈과 일"은 등과 배처럼 붙어 다니는 개념이다.

사업을 하면서는 더더욱 그랬다.

기업을 한다고 하면 이중적인 잣대를 갖다 대고 보는 이들이 더러 있다.

돈만 버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일쑤고,때론 돈 버는 일이 마치 나쁜 일인 양 여기곤 한다.

그러나 사실 회사를 꾸려가는 일은 하나의 과정 아닌가 싶다.

돈을 벌어 수익을 내고 그 돈을 다시 나누는 흐름이 이어지는 과정이다.

역시 기업에서도 돈 버는 사람과 돈 쓰는 사람이 별개가 아닌 것이다.

누구나 돈과 무관한 사람이 없듯 돈을 쓰고 버는 일은 개념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돈은 흐르고 흘러가면서 효용 가치가 커지고 생산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하나다.

돈 얘기를 "탁자 밑으로" 슬며시 감추거나 뒤로 미루기보다 가장 먼저 논의하는 연습을 그 친구도 해야 할 테고,그밖의 많은 이들도 그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