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4월중 산업활동 동향은 우리 경제가 뚜렷한 성장 둔화 추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과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사그러들 전망이다.

일부에선 4월 경상수지 적자, 노동계 총파업 예고,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기가 조만간 하강국면에 들어서 내년 하반기 이후엔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 마저 있다고 우려한다

<> 경기과열 논쟁은 끝났다 =4월 생산증가율 16.9%, 출하증가율 14.2%, 제조업평균 가동률 76.4%.

전월에 비해 모두 낮아진 증가율이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나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상승률도 전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중 몇개 지표는 둔화세가 몇달째 계속되는 것이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경기가 조정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4월중 자동차 3사의 파업과 총선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각종 지표가 다소 낮아졌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박화수 경제통계국장은 "과거 오일쇼크 기간중에도 선행종합지수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플러스로 반전됐다"며 "국내 경기는 랜딩(착륙)단계가 아니며 아직 상승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침체돼 있고 채권시장도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상태에서 소비와 기업 투자는 위축될수 밖에 없다"며 "우리 경제가 빠른 성장 단계를 지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과열 논쟁이 사그라들면서 금리를 올려 총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문제는 금융.노사 불안이다 =하반기 실물 경기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는 금융.노동시장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물 경기는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노동시장 불안의 불똥이 실물 부문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 연구위원은 "실물경기는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금융 부문"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하는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박사도 "증권 채권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기업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실물경기는 전월대비 성장세가 이어져 아직까지 괜찮아 보이지만 금융불안이 금융경색으로 이어져 실물에 영향을 주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계 총파업 등 노사불안도 변수다.

KDI 이진순 원장은 "올해 임금상승률이 높으면 내년 하반기이후 경기는 하강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