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쾰러 < IMF 총재 >

나는 이번 주부터 한국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을 방문,현지의 경제계 인사들과 국제통화기금(IMF) 개혁방안 및 세계경제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 방문에 앞서 중남미 각국을 순방,이 지역 경제계 인사들과 경제현안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이밖에 여성계 비정부기구(NGO)들과 농업지도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도 접촉했다.

중남미를 돌아보면서 인상 깊었던 몇가지를 말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개혁정책에 대해 이들 지역의 대통령 장관 재계인사 노조간부 등 지도층들이 갖고 있는 투명하고 헌신적인 태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이들은 한결같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착을 위해 쉴새 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노력으로 중남미경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몇해간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멕시코가 가장 좋은 예다.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브라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멕시코나 브라질만큼은 안된다.

나는 아르헨티나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이 나라 경제인사들과 매우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전 아르헨티나 북부지방에서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지역 노동조합 지도층과 매우 유익하고도 진지한 회담을 가졌다.

물론 대화의 주된 초점은 아르헨티나 사회의 문제 및 사회적 긴장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시장경제는 사회적 동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빈곤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 점은 대통령 및 정부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아르헨티나가 처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굳건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낼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는다.

얼마전 허리케인 "미치"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온두라스는 오히려 경제발전의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 가난하고 조그만 국가의 국민은 역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국가와 국민의 자발적인 노력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는 분명 온두라스 국민들에겐 새로운 자각이었다.

이와 함께 중남미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중요한 사실중 하나는 이들 국가가 IMF로부터 큰 원조나 혜택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일을 한다.

우리는 오직 이것에 바탕을 두고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그들은 외부적 요인이 아닌 오로지 그들 자신을 믿고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개혁과 구조조정이라는 것들이 유독 신흥개발도상국들에서만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보였다.

나는 세계경제가 보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기 위해선 개도국이나 후진국들의 경제개혁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G7(선진7개국)을 포함한 선진 산업국가들의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그들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

예컨대 유로화 약세는 비단 유럽지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등에도 경제불안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더욱 강력하고 지속적인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 경제개혁 및 변화는 개도국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도 여전히 필수적인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함을 의미한다.

빈곤추방과 위기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세계는 이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리=김재창 기자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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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가 최근 중남미 방문후 워싱턴 IMF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