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힘 사건"은 인터넷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오른 글 하나 때문에 잘 나가던 정치인들이 하루아침에 곤경에 처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 관한한 한국이 내년이면 미국마저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콤팩 사장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발단은 전대협 대표로 평양을 방문, 화제가 됐던 임수경씨가 "한국의 미래,제3의 힘" 사이트(www.futurekorea.org)에 올린 고발성 글이었다.

임씨는 이 글을 통해 386 정치인들이 5.18 전야제가 열린 시각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임씨의 글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www.ohmynews.co.kr)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뒤이어 신문과 방송이 앞을 다퉈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사이버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정보화시대의 한획을 긋는 큰 "사건"이다.

한마디로 이 "사건"은 정보화시대에는 정보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누구든지 그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임수경씨는 오프라인의 어떤 기자 못지 않은 힘을 발휘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기껏해야 신문사에 고발하거나 독자투고란을 통해 불평을 토로하는 수준에 그쳤을 일이었다.

정보화시대에는 전자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임씨의 글에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더라면 그 글은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임씨의 글에 힘을 실어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사이버공간에 올린 네티즌들이었다.

고발이후 여론의 흐름을 주도한 세력도 이들이었다.

"제3의 힘"과 "오마이뉴스"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글이 헤아릴수 없이 많이 올라 있다.

이런 글들이 여론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전자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여름 여의도 S음식점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PC통신 식도락동호회 회원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한테 뺨을 얻어맞았다는 것이 고발의 골자였다.

이 글은 다른 PC통신들의 게시판으로 확산됐고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네티즌들은 음식점을 규탄하는 글을 하루에 수백건씩 게시판에 올렸다.

또 그 음식점에 전화공세를 가했고 불매운동도 벌였다.

그 결과 평일에도 한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졌던 그 음식점에는 손님이 뚝 끊겼다.

네티즌들의 "사이버 데모"는 음식점 사장이 PC통신 게시판에 사과문을 싣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진정됐다.

물론 386 정치인들을 고발한 임수경씨나 S음식점을 고발한 식도락동호회 회원의 글이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믿을 만한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일반인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믿을 만한 사실을 폭로할 경우엔 기자 못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전자민주주의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보는 일부 세력이 독점할 수 있었다.

이 정보를 이용해 나쁜 일을 저지르는 세력도 있었다.

하지만 정보화시대 또는 인터넷사회에서는 정보를 특정 세력이 독점하기 어렵게 됐다.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질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시대 변화를 간과했거나 간파하지 못한 사람들이 요즘 네티즌들한테 철퇴를 맞고 있다.

한편에서는 무분별한 고발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제3의 힘" 게시판에 "정형근과 임수경의 차이점"이란 글을 싣고 "별로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남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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