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 회장의 각 계열사 이사직 사직으로 현대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의 상반되는 입장이 향후 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이 완강하게 퇴진을 거부하고있는 상황인데다 자동차 계열분리도 임박해 있어 양측은 당분간 "독자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정몽헌 회장의 진로 =정 회장은 이날 친필서명을 한 사직서를 공개한 뒤 현대아산을 제외한 모든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남북경협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에서 후속 대북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중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있는 만큼 서해공단사업 금강관개발사업 등의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공단부지 선정을 놓고 북한당국과 협의를 벌이고있는 서해공단사업의 경우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착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은 1백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일본등을 오가며 외자유치를 벌이고 있으며 국내외업체를 망라한 대형 컨소시엄 구성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 회장은 비록 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현대건설 현대상선등 기존 대북사업업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계열사간 협의라는 제한된 범위내에서 "주주로서" 의사결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대 각 계열사들의 전문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분위기쇄신과 전문역량 강화라는 측면에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보강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 정몽구 회장의 거취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체제를 이어가기 위해 그룹과의 관계를 서둘러 끊고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제휴 등 현안을 조속히 완결한다는 계획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반사퇴 방침을 사실상 거부한 만큼 그 명분으로 계열분리와 해외업체와의 제휴를 내세우고있는 것이다.

현대차가 다음주초 계열분리를 서둘러 신청키로 한 것은 자동차 부문의 인사나 정책결정이 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될 소지를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뜻이다.

계열분리는 당초 그룹 구조조정위에서 신청키로 했었으나 사태가 이렇게 된 마당에 신청의 주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 하나의 주요 과제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은 전략적 제휴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부문별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몽구 회장이 이 일을 책임지고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퇴진할 경우 상대편 입장에서는 파트너가 없어진다는 것이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차가 신경쓰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지분 관계다.

현재 정몽구 회장의 지분 4%와 정공지분 7.8%로는 경영권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는 정공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분매집에 들어갈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분이 정몽구 회장에게 승계되면 바람직하나 만약 정몽헌 회장쪽으로 가게되면 경영권 분쟁마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측은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정몽구회장이 전문경영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주영 회장이 수 차례에 걸쳐 원리원칙에 충실한 경영과 전문성에 바탕을 둔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정 회장의 25년간 근무가 주로 자동차쪽이었음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이와함께 현대차는 분란의 발생소지를 막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금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각종 대국민 광고 등을 통해 자동차경영권을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