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1일 "이상한"해명자료를 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취소한 것이다.

취소한 대목은 "정몽구 회장이 계속 퇴진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이 위원장의 답변이었다.

답변은 이렇게 시작됐다.

"현대 내부에서 정리할 문제다. (특정인의 퇴진에 대해선)시종일관 그랬듯이 정부가 코멘트할 사안이 아니다. 누가 퇴진하고 안하고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인의 퇴진여부에 정부가 나설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를 강조하던 식으로 진행되던 답변은 정회장의 퇴진거부에 대한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이 계속되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정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자격을 갖췄다는 내부합의가 이뤄진다면 경영일선에 남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또한 지극히 원론적이면서 별다른 관심도 없다는 듯한 답변이었으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정 회장의 퇴진거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이같은 발언을 정부가 특정인을 옹호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성급하게 해석했다.

금감위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과대해석하지 말길 당부했다.

간단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좀더 신중하게 논평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 문제가 너무 민감하기 때문이다.

금감위가 현대의 자구계획 발표후 현대와 외환은행이 재무개선약정을 새로 맺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적절치 못한 반응이다.

재무개선약정은 주채권은행과 그룹이 맺고 오너나 계열사주의 서명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미 작년말로 이 약정의 효력이 끝났다.

현실적으로 약정을 다시 맺기 어려운데도 실상을 정확히 모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 말았다.

현대 문제에 대한 금감위의 일련의 대처방식은 그리 세련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감위는 일부 경영진의 퇴진을 압박하는 정황증거가 있음에도 공식적으론 부인했다.

현대의 자구안이 나온 지난 28일엔 평가를 외환은행에 미뤘다.

정주영 명예회장 3부자의 퇴진이 발표된 31일에도 이 금감위원장은 공식논평을 대변인에게 미뤘다.

금감위는 채권은행과의 협상을 방해할 우려가 있고 궁극적으로 시장이 평가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장과 금융기관들은 금감위 관계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