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립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고 이승만대통령의 정치고문을 지낸 바 있는 로버트 올리버 박사가 지난달 29일 타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1세.

올리버 박사의 유족들이 1일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에 알려온 바에 따르면 그는 부인과 함께 거주해온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체스터타운의 한 노인전용 주택에서 지난 달 27일 뇌졸중을 일으킨 후 상태가 악화됐다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올리버 박사의 유해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이미 화장으로 처리됐고 장례식도 생략됐으나 오는 11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노인전용 주택 안에 있는 헤론 포인트 웨슬리 회관에서 그의 뜻과 업적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1909년 탄생한 올리버 박사는 제2차 대전기간중인 1942년 미국 정부의 전시식량국 식량보관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미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던 이 전 대통령을처음 만났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서 자행한 식민통치의 잔학상을 폭로,미국 정부가 한국의독립을 지지하도록 설득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신문들에 한국의 독립을 옹호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기고함으로써 이 전 대통령의활동을 도왔다.

올리버 박사는 또 한국이 해방된 이후에도 정부수립 및 미국과의 외교관계 구축과정에 깊이 관여했으며 유엔군의 한국전 참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지닌 그는 지난 1943년부터 93년까지 "잊혀진 나라"와 "한국 현대사"등 모두 7권의 한국 관련 저서를 펴냈으며 94년에는 이 전 대통령과 교환한 서한 모음인 이른바 "올리버 파일"을 국사편찬위원회에 기증했다.

올리버 박사는 특히 금년 3월25일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 개관 50주년을 맞아대사관내에 개설된 "한미 외교문서 보관소"에 한.미 수교 초기 사진과 자료등을 기증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폴린 여사와 두 아들, 5명의 손자와 3명의 증손자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