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큰 손이 증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지난주부터 갑자기 증시에 나돌기 시작한 소문이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은행주가 벌떡 일어서자 그런 소문은 삽시간에 증폭되기 시작했다.

큰 손은 원래 외부노출을 꺼려하고 주문을 주는 증권사에도 철저히 함구령을 내리는 까닭에 실상을 파악하기가 몹시 어렵다.

주변 정황으로 유추가 가능할 뿐이다.

큰 손의 증시이동설에 대해 증권가에서 꼽는 단서는 대량 주문이다.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은행주를 5월 하순부터 수십만주 단위로 쓸어담기 시작했다.

연일 상한가를 치던 은행주가 하한가를 맞아도 다시 전열을 정비하는 하는 모습을 보고 증권가 사람들은 든든한 돈줄이 뒤를 받치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

기업내용에 비해 워낙 주가가 망가진 종목이 많다든지,주가 약세가 1년 가까이 지속됐다는 대목 등도 큰 손의 식욕을 돋군 정황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을 더욱 자극시키는 것은 큰 손의 대담성이다.

그들의 투자전략은 몹시 공격적이다.

잔 파도에 연연하지 않고 큰 승부를 노린다는 대목도 큰 장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어찌됐던 최근 1주일 사이에 주식시장은 물라보게 달라졌다.

거래가 활발해졌고 중기추세선도 상승세로 방향을 틀고 있다.

기세를 올리는 주가를 보면 큰 손 움직임에 동참해볼까 하는 생각도 절로 드는 시점이다.

큰 손을 뒤쫓더라도 나름의 전략을 세워둬야 한다.

어떤 전략이 좋을까.

<>기대감 부풀리는 주변 여건=그동안 현대의 유동성 위기는 증시를 짓누른 최대 악재였다.

그러나 오너경영인 퇴진이라는 재벌개혁이 시장의 신뢰를 듬뿍 얻어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재벌의 지배구조가 바뀌면 증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량기업은 더욱 우량하게 돼 주가 차별화가 예상되고 M&A(기업 인수합병)가 활성화돼 증시에 활력소가 될 공산이 크다.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해 수급개선의 이점까지 얻을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면서 세계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다.

5개월 이상의 기간조정과 내재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우량대형주에 대한 바닥권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이 순매수세를 늘리고 있는 게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음달부터 판매되는 투신사 비과세상품도 투신사에겐 "보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신사도 체력이 보강되면 "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지난 주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 거래량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선을 모두 상향돌파할 태세다.

시장이 활력을 찾고 있는 신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어떤 종목이 좋을까=반도체.IT(정보통신)관련주와 금융주가 장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보는 증시전문가들이 많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 안정으로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첨단주와 금융주가 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는 D램 가격의 상승이란 펀더멘털 개선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물론 신성이엔지 등 장비업체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IT주는 미국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주는 주가가 워낙 낮다는 메릿이 있는데다 은행 합병 등 매머드급 재료가 뒤를 받치고 있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주와 증권주는 "어깨동무"하며 움직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큰 줄기속에 재료별 테마주도 관심주로 부각되고 있다.

남북경협주와 IMT-2000주,의약분업수혜주,적대적 M&A주 등이 대표적이다.

강현철 SK증권 조사역은 "이달 12일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건설,비료,통신업 등에 테마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개발 표준방식 결정을 앞두고 IMT-2000관련주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한통프리텔(코스닥),성미전자 등이 이런 종목이다.

적대적 M&A가 허용되면 통신 인터넷 의약품 등 시장지배적 업체에 M&A바람이 불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주와 <>실적대비낙폭 과대주 <>자사주취득주 <>외국인 매수세 유입주 등 4대 테마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LG투자증권)

MSCI지수에 새로 편입된 코스닥 종목은 새롬기술과 다음커뮤니케이션,한글과컴퓨터,핸디소프트,한국정보통신 등이다.

실적대비 낙폭이 큰 종목으로는 넥스텔과 미디어솔루션,버추얼텍,코네스,광전자반도체,삼우이엠씨,심텍,우영,주성엔지니어링,태산LCD,로커스,텔슨전자,인성정보,코리아링크,휴맥스,대양이앤씨 등이다.

고점대비 하락률이 50-70%인 대표적인 낙폭과대주다.

다음과 한통프리텔,한솔엠닷컴,휴맥스,LG홈쇼핑,삼구쇼핑,새롬기술 등이 외국인에게 최근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분할매수와 손절매 전략으로=전문가들은 780~800선에 형성돼 있는 하락갭을 시원스럽게 뚫기 전에는 다소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추세가 상승세로 돌아선 종목에 접근하되 몇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있다.

또 한꺼번에 다 사지말고 저항선을 뚫어낼 때마다 매수규모를 늘려나가는 분할 매수방식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지면 과감하게 손절매를 단행하고 다음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LG증권 황 팀장은 "악재가 노출만 됐을 뿐 해결된게 아니라는 점에 유의햐야 한다"며 "분할매수와 손절매 철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