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는 미확인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s)를 줄여 쓴 말이다.

외계인들이 타고 오는 비행접시를 두고 우리는 흔히 UFO가 나타났느니 한다.

그런데 주식이나 선물 투자자들에게 있어 UFO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Unbelievably False Orders", 즉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못 낸 주문들"이란 뜻이다.

모든 지혜를 짜서 내린 결정들이 지나 놓고 보면 전부 악수라는 데서 나온 죠크(joke)다.

생각해 보면 우리 투자자들이 매일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바로 이 UFO를 날리는 일이다.

샀다 팔았다, 취소했다 정정했다...

그 눈물겨운 노력이 모두가 허사다.

돌이켜보면 마치 "돈을 잃기 위해" 그 애틋한 정성을 쏟았던 것 같아 더욱 허탈하다.

진정 UFO는 외계가 아니라 증권사 단말기에서, 안방 컴퓨터에서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나온 통계에 의하면 현재 활동 중인 주식 계좌는 800만이 넘는다.

그 동안 폐쇄된 계좌까지 포함하면 작게 잡아도 천만 계좌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계좌 당 평균 손실액을 최소 천만 원이라 쳐도 총손실은 자그마치 백 조 원이다.

최상의 선택이라 믿고 낸 주문들이 빚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다.

신속, 정확한 정보 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한 보답이 고작 이거다.

바닥에 사서 상투에 팔겠다고 최대한 머리를 굴린 게 이 모양이다.

밤마다 고심하고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게 간밤 Dow Jones며 NASDAQ을 체크했는데...

일간지, 경제지를 글자 한 자 안 빼고 다 읽어 왔는데...

남보다 1초라도 먼저 알려고 종일 인터넷을 헤집고 다녔는데...

한 시간 빠른 8시 뉴스 보고, 9시 뉴스 또 보고...

순풍 산부인과도 안 보고 증권뉴스를 봤는데...

밤새워 유럽 장도 지켜보고 미국 장도 보고, 날새면 한국 장도 보고 일본도 보고 홍콩도 봤는데...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메모도 열심히 했는데...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충분히 빠졌을 때 샀고,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팔았는데...

내재가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 된 상태에서 매수했고, 거품이라 해서 매도했는데...

이만큼 배웠으면 웬만큼 다 아는데...

뭐가 잘못됐나...

정말 그 해답이 궁금하다...

해답은 간단하다.

완전 헛고생만 하고 전부 거꾸로 한 것이다.

거시경제 지표를 잘 읽어야 된다.

기업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저점매수, 고점매도로 대응하라.

날만 새면 듣는 말이다.

강산이 아무리 바뀌어도 영구히 회자될 명언(?)들이다.

너무 지당한 얘기 아닌가.

공부한 바를 토대로 최대한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맞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몇 푼씩 벌기는 한다.

장이 마침 나의 수중에서 놀아 주는 몇 차례에 한해서는...

하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그 모두가 UFO다.

출렁거리고 치솟고 내리꽂고 난리를 칠 때 한 방에 가 버리니까.

수도 없이 가슴앓이를 했으면 그거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게 많은 수업료를 갖다 바쳤으면 이제 졸업을 하자.

그 졸업식 축사는 간결해서 좋다.

"수강생 여러분! 그간 수고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건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돈을 까먹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UFO 날리는 법을 배우신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졸업 후엔 여태 배우신 것 거꾸로만 하시면 됩니다.

아셨죠?

감사합니다."

< 김지민 한경머니 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