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경제는 3.5%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2% 내외에서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종전 세계경제가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물가는 최소한 2.5% 이상 올라가는 것이 관례였다.
이처럼 세계경제 여건이 변함에 따라 경제성장과 물가간 상충관계(필립스 곡선)를 전제로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통화정책의 운용이 더 이상 효용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을 기한다는 면에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종전에 비해 통화정책을 수행하기가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를 당한 이후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물가가 크게 안정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금리인상 논쟁에 대해 재경부 장관이 우리 경제의 신경제 조짐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면서 "인플레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물론 첨단기술업종이 성장을 주도할 경우 전체적으로 보면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첨단기술업종이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총공급 능력이 늘어나 인플레 압력이 증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첨단기술업종이 전체적으로는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마는 않다는 점이다.
첨단기술업종의 발달로 생산성이 증가할 경우 투자의 한계효율과 미래기대소득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진다.
실제로 미 연준리( FRB )가 거시계량모형( FRB-US Model )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첨단기술업종의 발달에 따른 생산성 증가는 단기적으론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총공급에 미치는 영향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종전처럼 단순히 물가안정을 이유로 통화정책,다시 말해 저금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우리 경제와 관련한 몇가지 점만 지적해 보기로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점이다.
저금리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경우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부실채권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최근 우리 경제현안인 투신권 구조조정이 지연된 것도 이런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사회 전체적으론 새로운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기관 기업 국민 모두가 저금리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해 그 중의 일부를 효율성이 낮은 부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부동자금이 증대하고 자금운용의 단기화를 초래해 경제전반의 거품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경우 소득분배나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금리인상 국가와의 금리차 확대로 자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이탈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된다.
현 정부도 이런 측면에서 저금리 정책을 한번쯤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은 외환위기 극복초기와 달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종전처럼 물가안정을 전제로 한 저금리 정책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최근처럼 신경제국면이 확산됨에 따라 기본적으로 인플레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을 상정한 통화정책은 보완돼야 한다.
그 대안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 차원에서 장단기 금리차나 증시의 과열여부를 보다 중시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종전처럼 인플레를 중시해 통화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첨단기술업종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선 단기적으로 총공급보다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단기금리를 올리는 방안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이나 구조조정 국제수지 소득분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