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따로 노는 금융지표' .. '돈가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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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돈이 남아 돈다는데 우리가 돈 구하기는 왜이리 힘든거요"
요즘 중견기업들의 자금담당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런 하소연이다.
지표금리가 연중 최저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심각한 돈가뭄을 겪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한마디로 시중 자금사정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게 요즘의 지표금리다.
때문에 더이상 "지표"로서의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표금리 하락세 =시중 자금사정을 말해주는 지표금리의 대표주자는 3년만기 회사채금리와 국고채금리.
이중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새한의 워크아웃 신청이후 한때 연 10%대까지 치솟았다가 현대사태가 고비를 넘기면서 가파른 내림세를 보여 지난 5일엔 9.76%로 떨어졌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며 5일 현재 8.74%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표금리가 이처럼 하락한 것으로 봐서는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 전체로 봐서는 "유동성 과잉"이라 할 만큼 돈이 넉넉히 풀려 있다.
총통화(M2) 증가율은 연초 27.6%에서 최근에는 30%대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들도 밀려들어 오는 예금을 감당하지 못해 앞다투어 금리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 기업자금사정 =시중에 이렇게 돈이 넘쳐나는 것과는 딴판으로 요즘 기업들의 자금시장은 "극도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저금리를 만끽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금리를 아무리 얹어줘도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신용등급 A+인 몇몇 기업의 물량에만 수요가 몰린다.
나머지 기업들의 회사채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아예 거래가 안된다.
그런데 통상 지표금리로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쓸 때는 이들 A+ 등급의 회사채를 말한다.
9.7%대 금리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에만 적용되는 이율이란 얘기다.
대다수 중견기업들에겐 한자릿수 금리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부 기업들은 거의 매일 은행마감시간을 넘겨 어음을 막아가며 살얼음판 걷듯 지내고 있다.
신용등급 트리플B(BBB)이하 회사채는 거래가 뚝 끊겼다.
종금사 관계자는 "새한그룹 워크아웃과 현대쇼크 이후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초우량 기업 회사채와 국고채에만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며 "삼성 LG SK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아무리 금리를 높여도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내용이 건실한 일부 중견기업도 회사채 차환 발행을 제대로 못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6~7월중 만기를 맞는 회사채 물량이 8조7천억원에 달하는 등 연말까지 30조원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자금난이 우려된다.
<> 원인 및 처방 =자금시장의 양극화는 채권시장의 큰손인 투신사와 은행신탁이 수신고 급감으로 회사채 매수여력을 잃은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여기에다 돈이 남아 도는 은행들도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기업대출에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신잔고는 3월에 9조5천억원, 4월에 6조4천억원이 줄어든데 이어 5월에도 8조6천억원 이상이 감소했다.
3개월간 24조7천억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시중은행의 신탁계정 잔고는 5월에만 5조3천614억원이 줄어든 것을 비롯, 최근 3개월동안 14조원 이상이 빠져 나갔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최근의 자금난은 투신권 문제와 현대사태 등으로 시장심리가 불안해진데 따른 것"이라며 "투신을 비롯한 금융기관 부실 정리 등 구조조정을 앞당겨 시장불안 요인을 없애는 일이 급선무"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요즘 중견기업들의 자금담당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런 하소연이다.
지표금리가 연중 최저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심각한 돈가뭄을 겪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한마디로 시중 자금사정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게 요즘의 지표금리다.
때문에 더이상 "지표"로서의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표금리 하락세 =시중 자금사정을 말해주는 지표금리의 대표주자는 3년만기 회사채금리와 국고채금리.
이중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새한의 워크아웃 신청이후 한때 연 10%대까지 치솟았다가 현대사태가 고비를 넘기면서 가파른 내림세를 보여 지난 5일엔 9.76%로 떨어졌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며 5일 현재 8.74%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표금리가 이처럼 하락한 것으로 봐서는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 전체로 봐서는 "유동성 과잉"이라 할 만큼 돈이 넉넉히 풀려 있다.
총통화(M2) 증가율은 연초 27.6%에서 최근에는 30%대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들도 밀려들어 오는 예금을 감당하지 못해 앞다투어 금리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 기업자금사정 =시중에 이렇게 돈이 넘쳐나는 것과는 딴판으로 요즘 기업들의 자금시장은 "극도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저금리를 만끽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금리를 아무리 얹어줘도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신용등급 A+인 몇몇 기업의 물량에만 수요가 몰린다.
나머지 기업들의 회사채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아예 거래가 안된다.
그런데 통상 지표금리로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쓸 때는 이들 A+ 등급의 회사채를 말한다.
9.7%대 금리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에만 적용되는 이율이란 얘기다.
대다수 중견기업들에겐 한자릿수 금리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부 기업들은 거의 매일 은행마감시간을 넘겨 어음을 막아가며 살얼음판 걷듯 지내고 있다.
신용등급 트리플B(BBB)이하 회사채는 거래가 뚝 끊겼다.
종금사 관계자는 "새한그룹 워크아웃과 현대쇼크 이후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초우량 기업 회사채와 국고채에만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며 "삼성 LG SK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아무리 금리를 높여도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내용이 건실한 일부 중견기업도 회사채 차환 발행을 제대로 못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6~7월중 만기를 맞는 회사채 물량이 8조7천억원에 달하는 등 연말까지 30조원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자금난이 우려된다.
<> 원인 및 처방 =자금시장의 양극화는 채권시장의 큰손인 투신사와 은행신탁이 수신고 급감으로 회사채 매수여력을 잃은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여기에다 돈이 남아 도는 은행들도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기업대출에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신잔고는 3월에 9조5천억원, 4월에 6조4천억원이 줄어든데 이어 5월에도 8조6천억원 이상이 감소했다.
3개월간 24조7천억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시중은행의 신탁계정 잔고는 5월에만 5조3천614억원이 줄어든 것을 비롯, 최근 3개월동안 14조원 이상이 빠져 나갔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최근의 자금난은 투신권 문제와 현대사태 등으로 시장심리가 불안해진데 따른 것"이라며 "투신을 비롯한 금융기관 부실 정리 등 구조조정을 앞당겨 시장불안 요인을 없애는 일이 급선무"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