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닷새 후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대표단 구성까지 끝나 김대중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의 평양행 이륙 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민족 화해와 평화의 첫 발걸음을 떼놓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오는 12일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주변국들 역시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하며 긴장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가 서울을 다녀간데 이어 지난달 31일엔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극비리에 초대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고 8일엔 오부치 전 총리의 장례식을 계기로 도쿄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관계국들 간에 숨가쁜 의견조율 과정도 진행 중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정상회담은 "만난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지만 길게 보면 동북아의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주변국들,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의 관심은 지대한 것이라고 하겠다.

중국이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는 반면 미국과 일본이 비교적 냉정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회담의 장래,그리고 우리의 대북접근 방법론과 관련해서도 적잖이 주목할 대목이다.

대북 접근 속도 및 전제조건과 관련해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 하겠지만 언젠가는 극복되어야 할 일이라 하겠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외 개방이 가속화한다면 남북한 민족 문제가 곧바로 동북아 지역의 정치질서 재편으로 그 성격이 전환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독일이 지난 70년 첫 동서독 정상회담을 가진후 통일을 이루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지만 우리에겐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또 그런 기대를 가질수 있을지조차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동서독조차 첫 회담에서는 서로간에 가시돋친 설전 만을 되풀이 했다는 사실을 위안삼아 이번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또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대규모 1회성 정치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방법론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배제하는 바탕 위에서 철저하게 경제협력을 매개로 양자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것도 바로 그런 방법론의 하나라고 본다.

며칠 남지않은 기간이나마 정부로서는 가능한 다양한,그리고 유연한 대안들을 준비하는등 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