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 건설사업관리協 제3대 회장 >

"건설사업관리(CM)는 건설산업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국내 건설업계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기와 예산을 효율적으로 통제,조정하는 CM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최근 건설사업관리협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전세기(59)토펙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CM제도가 국내 건설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며 무엇보다 CM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M이란 건설사업의 기획 설계단계부터 발주 자금동원 시공 감리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주자 대신 CM사업자가 통합 관리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국내 건설업계는 오랜 해외건설 경험을 통해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하지만 기획 설계 등 관리부문이 약해 부가가치가 높은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주를 하더라도 감리 등 핵심 관리분야는 선진국 엔지니어링업체에 의존,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현대건설에 재직했던 27년 가운데 23년을 해외건설현장에서 보낸 전 회장은 "외국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 대부분이 기획 설계 시공 감리 건물관리를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CM방식을 적용,공기 단축은 물론 공사비 절감에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며 CM제도 조기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CM이 적용되는 사례가 부분적으로 있지만 일반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풍부한 해외공사 경험이 있고 그동안 개발형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분적으로 CM기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관리기술 등을 보완하면 가까운 시일안에 선진국의 CM기술 수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전 회장은 CM제도가 빨리 정착되기 위해선 건설업 종사자들 사이에 신용과 신뢰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벌이나 경력 등 이력서에 나오는 내용보다는 현장경험이나 실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CM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나 실력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경쟁하면 CM도 저절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업관리협회는 이를 위해 건설 과정별로 전문가 목록을 마련,적재적소에 인력이 배치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CM이 활성화되려면 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감리처럼 개별 공정에 대한 관리를 법적으로 규정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의 현장소장을 역임한 전 회장은 "외국의 경우 발주자가 CM계약을 체결하면 모든 권한을 CM업자에게 넘겨주고 완공때 공기나 공사비 등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며 "공사과정에 일일이 참견할 바엔 CM기법을 차라리 적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법적 규제보다는 믿고 맡기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CM개념이 생소한 중소업체나 개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전 회장은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CM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어 협회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는 않다"며 "앞으로 CM을 필요로 하는 중소 건설업체나 개인 발주자를 대상으로 한 CM보급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송진흡 기자 jinhu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