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투신사, 과연 누가 이기나"

외국인과 국내 투신사가 극단적이라고 할만큼 상반된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연일 "미친듯이" 순매수하고 있고 투신사는 연일 "미친듯이" 순매도하고 있다.

투신사가 밑빠진 독마냥 쏟아내는 매물을 외국인은 화수분처럼 받아내는 모습이다.

현재로선 투신사의 매도세가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를 억누르기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다 알려진 반도체경기 호황 이외에 외국인은 뭔가 다가올 대형 호재를 눈치챈 것일까.

환매압박에 시달리는 투신사는 언제까지 순매도를 이어갈 것일까.

<> 외국인, 뭔가 알고 있나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9일 현재까지 7일째(거래일 기준) 2조1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루평균 3천억원 가량씩 순매수했다.

연초 이후 순매수 규모는 거래소시장에서만 무려 9조원(8조7천억원)에 육박,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까지 합치면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2년 증시개방이후 연간 기준으로 따져 외국인이 10조원 이상 순매수한 적은 없다.

다만 이같은 대규모 순매수 금액중 반도체주인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엔 한국통신 SK텔레콤 한국전력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반도체주는 반도체 경기호황으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모건스탠리(MSCI)지수 신규 편입 등의 호재로 사들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민영화가 재료란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엔 "이제는 외국인의 실탄이 바닥났겠지. 펀드상 살 수 있는 한도를 채울대로 다 채웠겠지"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데 외국인은 9일에도 아랑곳없이 힘자랑을 해댔다.

8일 4천8백80억원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2천7백5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순매수 배경에 대해 "퍼즐 맞추기"가 활발했다.

대량 주문을 내는 외국인들이 매수 이유를 밝히기 만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12일부터 시작되는 남북정상회담과 연계한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시나리오가 한 예다.

한 관계자는 "지수영향력이 큰 대표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데는 한국 전체와 관련된 무슨 호재가 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불가침 조약이 체결되고 남북경협관련 대형 프로젝트가 전격 발표되면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낮아져 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이 국가신용등급을 조기 상향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조만간 완화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퍼즐조각이다.

지난 99년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앞두고 외국인이 98년말부터 선물이나 주식을 대거 순매수한 적이 있어 전혀 배제할 수만 없는 분석이다.

<> 투신사, 도대체 언제까지 =반면 투신사는 31일부터 9일까지 1조2천3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한투신의 이재현 펀드매니저는 "수익증권을 환매하겠다고 신청하는 고객은 의외로 많지 않다"며 "환매에 대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팔아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향후 환매가 급격히 줄어들면 매도한 자금이 매수자금으로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에 공적자금이 앞당겨 투입되고 7월부터 비과세상품과 개방형 뮤추얼펀드가 판매되면 투신사가 슬슬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