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부족을 겪던 한국종금이 8일 밤늦게야 정부의 지원결정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엄낙용 재경부 차관과 한국종금 대주주인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저녁 늦게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여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자금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자금시장을 불안케 했던 한국종금 문제가 가닥을 잡았지만 처리방식을 놓고 말들이 많다.

자금지원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종금을 "부실우려 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과거에 유동성 부족으로 퇴출되던 종금사들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강도높은 적기시정조치(영업정지,주식소각,경영진 문책 등)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먼저 문닫은 22개 종금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기 전에 공적자금을 단돈 1원도 지원받은 적이 없다.

이들 종금사가 문닫을 땐 시장불안이 없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한국종금에 발을 담근 이상 2천8백여억원의 지원자금으로 모자라면 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진다.

대주주인 하나은행은 추가부담이 전혀 없이 자회사를 살리고 한아름종금에 묶인 돈을 먼저 찾았다.

설사 한국종금이 문닫더라도 하나은행은 예보로부터 예금대지급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은행들이 한아름종금에 2천억~3천억원씩 묶인 돈을 언제 받을지 기약도 없는 것에 비하면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 요구에 순응하기 보다는 최대한 버티는 게 득이라는 인식을 금융기관들에 심어줬다.

시장을 겁내는 정부가 시장안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까 말이다.

8일 발표된 중앙종금-제주은행의 합병건에 대해 정부는 자율구조조정을 독려하기 보다는 의혹과 걱정부터 앞세운다.

두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중앙종금의 자회사가 합병발표 전에 주식을 사모은 것은 꺼림칙한 부분이다.

정부 태도에 비춰 합병 성사여부도 두고 봐야 할 것같다.

그러나 무조건 배척하거나 심증만으로 의심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의혹이 있다면 법에 따라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인이 있는 2금융권 구조조정은 대주주의 책임아래 추진한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이번 두 종금사에 대한 정부대응이 기존 방침과 어떻게 부합되는지 의아해진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