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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개울가 청개구리 .. 강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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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규 < 소설가 hannak3@hanmail.net >

    내게는 나를 이모로 부르는 조카가 둘 있는데 그중 작은놈 어릴 적이 생각난다.

    고분고분 말 잘 듣던 작은놈이 어느 날부턴가 "이거 해요" 하면 "안 해요"하고 "이리 와요"하면 "안 가요"하면서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갖은 방법으로 아이를 달래던 언니는 나를 보고 한숨쉰다.

    "아아 꼭 어릴 때 너 보는 것 같다"

    하긴 일곱살 때 이쪽 가자면 저쪽 가고,저쪽 가자면 부득부득 이쪽에 가서 앉아있는 어린이가 바로 나였다.

    엄마는 보다못해 내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화를 들려주었다.

    제목은 청개구리.

    등장인물은 엄마 개구리와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엄마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줄 것을 기대하고 아들에게 부탁한다.

    나는 이제 저 세상에 갈 때가 되었다.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니 나를 저 개울가에 묻어다오.

    청개구리는 울면서 난생 처음 엄마 말씀을 듣는다.

    그리곤 엄마의 시신을 개울가에 묻는다.

    어느 여름날 비가 몹시도 많이 쏟아져 개울가엔 홍수가 넘쳐나고 청개구리는 떠내려간 엄마를 생각하면서 슬피 운다.

    별명이 청개구리던 나는 심히 가책을 받고,이야기를 마치신 엄마는 이 우화의 교훈과 파장을 생각하시며 흡족한 얼굴을 애써 감추신다.

    엄마는 청개구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언니나 남동생 몰래 초콜릿을 쥐어주며 말씀하신다.

    "이것 봐라.이렇게 말 잘 듣는 어린이인 걸"

    아아 엄마.

    나는 감격해서는 앞으로 더더욱 엄마 말씀 잘 듣겠노라 표어까지 붙여놓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보름쯤 후,엄마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심부름을 시키신다.

    이거 옆집 아줌마 갖다 드리고 와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청개구리처럼 대답한다.

    안 해요!

    아아 어쩔 수 없다.

    나의 청개구리 시대는 한 편의 감동적인 우화와 엄마의 간절한 바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럼 언제 끝이 났는가.

    철이 들고.

    철은 언제 들었는가.

    아주 늦게.

    철이 들자 어머니는 많이 늙으셨다.

    나는 오늘밤도 늙으신 엄마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묻는다.

    여기요? 요기요?

    세상 모든 청개구리 자식들은 그렇게 엄마 말씀을 듣는다.

    세월이 지나 뒤늦게,애달프게.

    엄마는 딸의 안마를 받으며 편안하게 잠드신다.

    내 마음은 오늘 밤 개울가 무덤처럼 뻐근하게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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