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격발표된 제주은행과 중앙종금의 합병소식에 가장 놀란 사람들은 지방은행 사람들이었다.

은행권 2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지방은행에서부터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이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독자생존이냐, 다른 은행 또는 비은행 금융회사와의 합병이냐를 놓고 본격적으로 고심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적자행진을 하거나 부실채권이 많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부 지방은행들은 합병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나선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독자생존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합병.

그 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지방은행간 공동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지방은행간 공동전산망인 뱅크라인과 같은 사업이다.

향후 인터넷뱅킹의 통합 등도 가능한 범주다.

이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각 지역별로 지방은행을 묶는 것이다.

현재는 영남권역(부산 대구 경남) 호남권역(전북 광주은행)으로 구분하는 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로 합칠 경우 각 지역별로 영업담당 본부를 두고 예산 기획 인사 등 총괄업무를 수행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현재의 각 지방은행 본점이 지역본부체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지방은행별로 20%가량 인원을 줄일 수 있는 등 상당한 구조조정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지주회사는 투자은행이나 종금사를 별도의 자회사로 거느릴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복안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할 걸림돌이 많다.

한 지방은행장은 "시중은행들이 합병하는 것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지만 지방은행들은 이미 지역내 경쟁력이 확고하다"며 "굳이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대의사를 표했다.

대주주간 갈등도 문제다.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각 은행별 출자비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지주회사의 주도권이 달라진다.

지역정서가 지방은행간 합병을 용납할 정도로 성숙했는가도 의문이다.

같은 영남권이라도 경남과 경북이 다르고 호남권도 전남과 전북이 다른게 지역정서의 실상이다.

1998년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합병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도 이런 요인들 때문이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