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우리 경제는 대기업 구조조정의 파고속에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다.

지난날의 이른바 5대 메이커시대가 무너지면서 삼성자동차가 외국기업에 팔리고,지금 대우자동차를 놓고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어떻게 처리돼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대우자동차가 누구에게 넘어가야 한다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발전의 긴 안목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자동차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2만여개의 중소부품공업과 소재공업은 물론 수출과 고용 파급효과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난 개발년대의 역사에서 자동차 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을 집중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그와 같은 열정과 정책적 시각이 퇴색돼 가고 "부실기업 처리"라는 단순한 입장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독일의 국민차"로 알려진 폴크스바겐자동차는 70년대말 세계 오일파동 이후 극심한 경영난에 부딪히면서 파산위기까지 직면했다.

그 당시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인수하려고 달려들었다.

폴크스바겐공장이 있는 독일 북쪽의 니더샥센주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독일의 국민차가 외국기업에 팔릴 수 없다는 것이다.

주지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이 앞장서고 종업원은 물론 전 시민이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지금 폴크스바겐 자동차 주식의 38%가 니더샥센주 시민들이 소유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국민자동차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또한 독일의 다임러벤츠자동차도 주식의 42%를 현재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소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독일에서 가장 큰 민간은행이고 독일국민의 주식참여로 세계 최대은행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동차산업이 특정재벌에 귀속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기업으로서 국민 주식참여에 의해 세계 기업으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이런 뜻에서 대우자동차를 외국기업에 매도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대우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개척자로 그동안 후발국이라는 어려운 경영여건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세계기업으로서 그 명성을 다져 왔다.

오늘날엔 그룹자체의 경영부실이 몰고 온 불행한 위치에 놓여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국민적 성원과 종업원들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들의 값비싼 노력의 대가를 말살하고 외국기업에 헐값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결코 올바른 수습방법이 될 수 없다.

이제 자동차산업도 글로벌시대에 세계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산 1천만대 생산시대를 가늠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같은 취지에서 볼 때 대우자동차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주축으로 인수하도록 해 한국의 유일한 세계적 자동차메이커로서 "국민기업"으로 육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만일 대우자동차가 외국기업에 매각된다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뿌리가 말살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날의 재벌그룹 모습에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자동차 산업을 그룹계열에서 벗어나 국민자동차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경영과 소유를 분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폭넓은 주식공개를 통해서 명실공히 한국을 상징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국경없는 경쟁속에서 한나라가 생존하기 위한 최대 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앞다퉈 단일 기업으로 통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반을 가진 초일류의 자동차 공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그 체제를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일기업으로서 통합과정이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까운 장래에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반을 가진 초일류의 자동차 공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과 국민적 성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