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구비문학시대를 열자"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 1백명이 사이버 공간에서 릴레이토론회를 벌인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2000,새로운 예술의 해" 문학분과위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하는 2000년 인터넷 문학 세미나는 오는 16일부터 내년 2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6~8시 펼쳐진다.

발제자와 토론자는 특정 장소에 모이지 않고 각자 자신의 공간에서 컴퓨터로 토론에 참여한다.

모두 30회로 예정된 이번 행사에는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대거 참여한다.

시인 고은 김용택 이성복,소설가 박범신 이호철 이인성 오정희 백민석,문학평론가 정과리 권성우 하응백씨 등이 발제자로 나서며 시인 황지우 김혜순 장석남 함민복 이윤학,소설가 박완서 한승원 송기숙 구효서 이순원 신경숙 공지영 하성란,문학평론가 백낙청 김병익 김윤식 김치수 염무웅 김주연 황종연,연극연출가 이윤택,영화감독 이창동,아동문학가 이오덕,작곡가 이건용,화가 임옥상씨 등이 토론자로 지정됐다.

주제도 문학의 위기와 관련된 것들로 "문학언어와 멀티미디어"(정과리),"정치 대중화 시대 문학의 길은 없는가"(황현산),"시는 과연 죽었는가"(김정란)등이다.

일반 네티즌은 매회 3백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첫날은 시인 신경림씨의 발제와 시인 이재무 박주택,문학평론가 홍용희씨의 토론으로 꾸며진다.

신씨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90년대 이후 문학을 강도높게 비판한다.

시가 말장난으로 일관,질낮은 개그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시가 부르짖음,즉 절규성을 상실함으로써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켰다고 주장한다.

특히 90년대 시는 80년대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했고 80년대 민중시는 카프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는 것.

또 카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나 개별 작품으로 문학사에 남은 것은 거의 없다.

80년대 사회시는 같은 잘못을 저질렀고 90년대는 그 가벼움을 반복,결과적으로 예술성을 상실했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소설가 현기영씨는 영어에 의한 모국어의 훼손을 문제 삼는다.

한 신세대 작가의 글.

"그 록카페의 제일 카리스마는 역시 보컬이야"

이래서는 한글이 영어와 영어를 잇는 "이두"밖에 안된다.

현씨는 젊은 작가들이 백치처럼 명랑하거나 고독한 척 엄살떠는 인물을 쏟아낸다고 비판한다.

젊은이들은 "놀랐지,이래도 안놀랄 거야"식으로 글을 쓴다.

기괴한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이다.

현씨는 재치문답식의 가벼운 글,번역투의 난폭한 문장을 꾸짖는다.

문단 중진 두 사람의 발언은 젊은 작가들의 문학을 공격하는 내용이어서 세대간 활발한 토론이 예상된다.

사이버 문학축제를 기획한 시인 이영진씨는 "인터넷창작은 상호침투를 통한 변형을 허용하기 때문에 구비문학적 특성을 갖는다"며 ""우리는 말함으로써 말해진다"가 행사 슬로건"이라고 밝혔다.

첫날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문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 회의 실연 모습이 중계된다.

인터넷 주소는 http://www.seminar.noree.com.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