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상속은 인간의 본능문제, 삶의 현실문제와 결속돼 있다.

따라서 사회변화에 상속제처럼 민감하게 반영돼 나타나는 것도 없다.

그것은 지금 남아 있는 고려나 조선의 유산상속문서인 분재기(分財記))에 그대로 나타난다.

고려시대부터 상속제에서 우리의 독특한 관습은 균분(均分)이다.

재산을 장자, 차자, 남녀에 관계없이 자식들에게 똑같이 골고루 나누어 줬다.

선조들은 17세기 종업까지는 적어도 상속제에 관한한 평등사회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세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주자학이 정착단계에 들어서는 17세기 중엽부터 남녀차별 장자 차자의 구별이 생기게 된다.

유교에서 중시한 가계를 있는 제사 또한 장자 상속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딸을 포함한 자식들이 돌려가며 지내던 제사,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들이지 않고 딸이 지내던 제사도 17세기 중엽부터 금기시됐다.

장자와 종손의 상속비율이 자연히 많아졌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옛 자녀균분상속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민법이다.

물론 배우자의 상속은 별도다.

정부가 부모를 모시고 산 사람의 경우 원래 상속분에다 50%를 더 주도록 하는 부양상속분제를 신설한 민법개정안은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효도한 자식에게 유산을 더 주는 "효도상속제"다.

자녀들의 노부모부양 풍토조성을 위한 입법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오죽하면 법까지 만들려 하겠는가.

하지만 과연 이 법이 미래지향적인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자립 능력만 있으면 따로 살고 싶어하고, 유산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하는 부모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요즘 세태다.

게다가 효(孝)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지 상속을 많이 받기 위해 효를 한다면 그것은 이미 효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의료보험혜택이나 아파트추첨 우선권 등을 강화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의 효는 잘 먹여 기르는 것을 말하는데 개와 말에 이르기까지도 먹여 기르고 있으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개나 말과 부모를 구별하겠는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