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을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오는 17일 열기로 한 것은 여야간 대화정치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주목된다.

지난달 24일께 한나라당이 여야 정책협의회 참여를 거부하며 조성된 대치 국면에서 벗어나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될 남북경협이나 이한동 총리서리 인준 등 정국 현안을 대화와 협력으로 풀겠다는데 여야가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영수회담은 청와대측이 한나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우해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펴면서 이뤄졌다.

청와대측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하면서 영수회담 이후 이만섭 국회의장 등 3부 요인과 민주당 서영훈 대표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방침을 설명했다.

안보와 관련해 그동안 여러 정당 대표를 함께 초청해 총재회담을 열어 왔던 관례에 비춰 보면 이회창 총재에 대해 상당한 예우를 갖춘 셈이다.

당초 한나라당도 3부 요인과 정당 대표 등이 초청된 자리에 부총재급 인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난 10일 긴급 총재단 회의를 열어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한 뒤 영수회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야당 모르게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불만을 표시하던 예전에 비해 유연해진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 총재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24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대화와 협력 정신을 상기시키며 현안으로 다가온 이 총리서리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여당측은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고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이 총재는 대북지원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 준수와 선거 사범에 대한 공정수사 등 야당의 입장을 전달할 전망이다.

국회의장 경선에서 드러난 "DJP+4"에 따른 "한나라당 포위작전"에서 벗어나 여당측의 유일한 대화 상대임을 부각시켜 정국 주도권을 분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