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69세를 일기로 지난 10일 사망했다.

시리아 국영TV는 11일 "아랍의 위엄과 권리회복을 위해 싸워온 아사드 대통령이 10일 아침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따라 지난 70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30년간 지속됐던 그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시리아 의회는 특별회의를 소집, 그의 아들인 바샤르(34)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도록 대통령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헌법 제83조를 수정했다.

시리아의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바샤르는 영국에서 공부한 안과의사로 지난 94년 그의 형 바셀이 교통사고로 숨진 후 권력승계 수업을 쌓아 왔다.

바샤르의 대통령 승계전까지는 부통령이 당분간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 대통령은 아랍 민족주의와 반 이스라엘을 기치로 내걸고 별볼일 없었던 시리아를 중동내 강국으로 부상시킨 인물.

그는 중동평화의 열쇠를 쥔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시리아에 정국혼란이 오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도 위태롭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의 사망으로 시리아가 골란고원 반환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벌여온 평화협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수개월간 접촉, 평화협상를 열었다.

협상은 결렬됐으나 지난달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 철수를 가능케한 역사적 협상으로 기록됐다.

아사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접한 탤코트 실리 전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는 "평화협상 추진을 위한 내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가 사라짐에 따라 중동평화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아사드 대통령의 사망으로 양국간 평화협상이 수개월 연기될 가능성은 있지만 시리아에 새로운 지도체제가 확립되면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후임대통령과 양국간 평화유지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동국가 지도자들은 그의 사망에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러시아 외무부도 애도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