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상봉길 꼭 열렸으면..." .. '실향민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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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고향 땅을 한 번 밟아보고 생이별한 가족들을 만나보는 게 소원이예요.
그저 고향길 열리기 만을 바라고 삽니다"
망향의 고통을 삼키며 반백년을 살아온 실향민들이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오직 "고향"과 "가족"이었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12일 실향민들의 설레임은 더했다.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그리움이 복받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평양 출신인 김경식(69.서울 신림동)씨는 "하루 지연되긴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목전에 두니 고향을 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억누룰 수 없다"며 "제발 이번 회담이 남북이산가족의 교류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번 일이 될 것 같다가도 깨지곤 해 실망이 컸다는 김씨는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어야 눈을 감을 수 있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북5도민연합회 홍성호(70)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이나 편지연락이라도 할 수 있게 돼야 반세기동안 품고 있던 회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건이 선행돼야 통일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평안북도 중앙도민회 이성만 총무부장도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돼 실향민간의 편지왕래나 제3의 장소에서라도 만남이 이뤄졌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소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 마을의 박임학(72)씨는 "대부분의 실향민이 환갑을 넘겼기 때문에 이번이 가족을 만날 길을 여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성급한 기대는 하지않지만 그래도 분단이후 이뤄진 첫 정상의 만남이니 만큼 무언가 다르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나타냈다.
지난 93년 귀순한 박수현(34.경희대 한의학과 4년)씨는 "두 정상이 한자리에 앉아 민족의 장래를 이야기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된 나라에서 내 아들 딸이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향민들이 즐겨찾는 오장동 흥남집의 윤재순(41)사장은 "손님들중 30%가량이 단골손님인 실향민"이라며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는 모이기만 하면 회담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남집을 찾은 김민옥 할머니(72)는 "가슴에 남은 것은 오로지 원산에 두고 온 형제들"이라며 "생사를 몰라 하루를 지내는 것이 1년 같다"고 말했다.
김할머니는 같이 월남한 사람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죽기전에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건 기적이 아니면 힘들겠지만 올 추석에 북에 있는 부모님 묘소에 성묘라도 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지난 68년 간첩으로 남파됐다가 검거된 뒤 30년간 옥살이를 했던 비전향 장기수 신인영(72)씨는 "이번 정상회담은 통일의 물꼬를 튼다는 자세로 남북이 서로 끌어안는 계기가 돼야한다"며 "너무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정상회담을 맞이해 민족의 저력을 보여줬으며 좋겠다"고 주문했다.
< 장유택.정대인 기자 changyt@hankyung.com >
그저 고향길 열리기 만을 바라고 삽니다"
망향의 고통을 삼키며 반백년을 살아온 실향민들이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오직 "고향"과 "가족"이었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12일 실향민들의 설레임은 더했다.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그리움이 복받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평양 출신인 김경식(69.서울 신림동)씨는 "하루 지연되긴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목전에 두니 고향을 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억누룰 수 없다"며 "제발 이번 회담이 남북이산가족의 교류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번 일이 될 것 같다가도 깨지곤 해 실망이 컸다는 김씨는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어야 눈을 감을 수 있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북5도민연합회 홍성호(70)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이나 편지연락이라도 할 수 있게 돼야 반세기동안 품고 있던 회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건이 선행돼야 통일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평안북도 중앙도민회 이성만 총무부장도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돼 실향민간의 편지왕래나 제3의 장소에서라도 만남이 이뤄졌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소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 마을의 박임학(72)씨는 "대부분의 실향민이 환갑을 넘겼기 때문에 이번이 가족을 만날 길을 여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성급한 기대는 하지않지만 그래도 분단이후 이뤄진 첫 정상의 만남이니 만큼 무언가 다르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나타냈다.
지난 93년 귀순한 박수현(34.경희대 한의학과 4년)씨는 "두 정상이 한자리에 앉아 민족의 장래를 이야기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된 나라에서 내 아들 딸이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향민들이 즐겨찾는 오장동 흥남집의 윤재순(41)사장은 "손님들중 30%가량이 단골손님인 실향민"이라며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는 모이기만 하면 회담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남집을 찾은 김민옥 할머니(72)는 "가슴에 남은 것은 오로지 원산에 두고 온 형제들"이라며 "생사를 몰라 하루를 지내는 것이 1년 같다"고 말했다.
김할머니는 같이 월남한 사람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죽기전에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건 기적이 아니면 힘들겠지만 올 추석에 북에 있는 부모님 묘소에 성묘라도 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지난 68년 간첩으로 남파됐다가 검거된 뒤 30년간 옥살이를 했던 비전향 장기수 신인영(72)씨는 "이번 정상회담은 통일의 물꼬를 튼다는 자세로 남북이 서로 끌어안는 계기가 돼야한다"며 "너무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정상회담을 맞이해 민족의 저력을 보여줬으며 좋겠다"고 주문했다.
< 장유택.정대인 기자 changy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