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합의 첫 단추"를 꿸 김대중 대통령.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 평양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인 12일 오전 이희호 여사와 함께 청와대내 녹지원을 산책하면서 연못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김 대통령 부부는 짙푸른 수목을 바라보고, 벤치에 앉아 날으는 새들을 가리키며 얘기를 나눴다.

또 관저 앞마당에서 키우는 진도개(처용과 나리)에게는 먹이와 물을 주었다.

김 대통령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념에 젖어 있는 모습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자연과 대화하면서 민족의 장래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귀뜀했다.

김 대통령의 13일 평양 출발행사도 "담담하게" 치러진다.

청와대측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조용하면서도 의미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김 대통령은 방북 당일 공항으로 출발할 때 가족-청와대직원-지역주민-서울시민-국민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김 대통령은 이날 아들인 김홍일 의원과 손자 손녀 등 가족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 대통령은 가족들과 방북인사를 나눈뒤 본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승용차에 올라 청와대 정문까지 도열한 비서관및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청와대를 떠난다.

KBS MBC SBS 등은 본관 앞 행사에서부터 공항 도착까지 김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한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의 효자동에서 잠시 승용차를 멈춘다.

김 대통령은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김 대통령은 시내를 지나면서 연도의 시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송인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도착, 3부 요인과 정당 대표, 시민대표 등으로부터 공식 배웅을 받게 된다.

김 대통령은 출발성명에서 "남과 북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이어 항공편으로 한 시간 가량에 걸친 비행끝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감격어린 북한땅을 밟게 된다.

한반도가 반동강이 난뒤 반세기만의 일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 대통령의 평양 순안공항 도착 일성.

국내외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김 대통령은 평양도착의 소감을 말한다.

민족분단의 한이 담긴 애절한 어휘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통령은 평양도착 성명에서 "남과 북의 온겨레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요지의 발언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한 행사를 마친 뒤 김 대통령은 곧바로 숙소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한뒤 수행원들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회담장으로 향한다.

55년만의 만남은 이렇게 이뤄진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