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시내는 어느 때보다 깨끗해 귀한 손님을 맞으려는 시민들의 정성을 엿보게 했다.

연도에 나온 60만 인파는 분홍색 주화를 흔들며 김대통령의 방북을 열렬히 환영했다.

<>.김대통령 일행이 지나간 거리는 시민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남자들은 양복을 입거나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고 여자들은 대개 한복을 입었다.

흰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평양시내 초입인 연못동에서 4.25 문화회관까지의 "용 거리", 전승기념관까지의 "비파거리", 보통강 강안도로, 보통문, 만수대 의사당, 옥류교, 만수대 언덕, 개선문 거리, 종로거리, 김일성 종합대학까지 평양의 주요 거리는 환호를 보내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평양시내 고층빌딩에는 "조선은 하나다"라는 구호가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이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나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등에서 남북공동응원단이 구성됐을 때도 등장한 구호였으나 남북정상회담이 통일을 위한 첫걸음이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듯 했다.

이밖에 평양에는 "당의 령도따라 제2의 천리마 대진군에로!" 등의 구호가 걸려 있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맞는 북측의 축제 분위기를 대변했다.

다른 건물에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만세!"라는 구호로 장식돼 있어 김일성 주석이 북한 주민들의 가슴속에 영생하고 있다는 북측의 홍보내용을 실감케 했다.

<>.김 대통령 일행이 지난간 뒤 평양거리는 평온을 되찾았다.

길거리는 다시 한산해졌고 간간이 승용차, 군용 지프차 등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교차로 중앙에는 푸른 치마에 흰색 자켓을 입은 여성 "교통보안원"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기계적인 동작과 표정으로 질서를 잡고 있기도 했다.

<>.평양시민들의 옷차림은 다양했다.

일부 여성은 양산을 쓰고 여유롭게 걷고 있었고 어린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고 지나갔다.

양장차림에 가방을 들고 가는 여인과 아이를 안고 가는 아낙네도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걸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비교적 쾌활해 보였다.

일부는 자전거로 거리를 질주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전거를 지하철역까지 몰고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평양시민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는 취재단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기는 했지만 이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길가를 동행하는 등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거리 한곳에는 "중앙텔레비죤"이라고 쓴 중계차가 남한측 취재원들을 돕고 있었고 일부 북한 기자들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보도"라 쓰인 완장을 차고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