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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에] 보아라! 우리는 하나다! .. 이경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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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된다는 소식을 접한 12일은 얼마나 길고 무겁던지.

    복잡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단순하게 받아넘기고 은근히 솟아오르는 불안함도 가라앉혔다.

    아주 편안하게 하룻밤만 더 자자.

    그러면 마침내 "그날"이겠지!

    저녁 한 때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서울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그래!

    저 무지개를 잡고 시작하자는 것이로구나!

    그날이 왔다.

    모든 방송에서는 곧 길을 떠날 대통령의 동정을 보도했고 김대중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는 서울을 떠나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공항에는 울긋불긋한 한복을 차려입거나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손에 커다란 꽃을 든 북한 주민들이 나와 서 있었다.

    그 한켠에서 우리측 기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접을 나올 것이란 예측을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누구나 말을 아끼고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의 보도가 맞았다.

    우리는 곧 기자가 순안공항에 서 있는 것과 똑 같은 시간에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는 김정일 위원장을 보았다.

    두 사람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오래도록 흔드는 동안 한반도 7천만 겨레 어느 누구인들 울지 않았으리.

    비록 울음의 두께는 다를지라도,눈물의 양은 다르더라도 이제 우리 다같이 목놓아 울어야 한다.

    차디차게 얼어붙어 울지도 못했던 세월.

    그 세월의 한 칸 한 칸으로 횃불 들고 내려가 우리들 얼어붙은 정 끄집어내게!

    그래서 저 쓰라린 한,서러움,응어리,다 풀리게끔 그 순간 우리는 너나 없이 울었어야 했다.

    두 정상은 잠시 굳은 것처럼 보였다.

    당연했다.

    걷잡을 수 없는 감회 앞에 말과 웃음은 한낱 거짓이니.

    열렬하게 흔들어대는 꽃다발.

    그 앞을 지나며 손을 흔들고 두 정상은 무슨 말인가를 나눴다.

    쉰다섯 해를 헤어져 미워하며 지냈지만 두 마음이 어제 만났던 육친처럼 아무렇지 않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아마 5분도 길었으리라.

    그래서 이걸 두고 천륜이라 했겠지.

    형님 아우처럼 나란히 한 차에 탄 두 정상.

    형제는 늘 싸우면서 정이 든다.

    미워해도 헤어지지 못한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 서로 오해했던 것,서로의 생각이나 사는 일 잘못 알고 있었던 것,나보다 혹 더 나은 것,나보다 혹 못난 것 서로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시 시작하는 게 형제들의 세상살이다.

    우리가 그 동안 지은 죄 중에 가장 지독한 것이 그리움을 말려서 땅 속 깊이 묻어버리고 거짓 삶 산 것이라는 것을 우리 이제 다 고백하자.

    아비가 자식 사는 땅 두고 손가락질 한 것,자식이 어미 사는 땅 두고 침 뱉은 것,동생이 잘날까봐 형님이 배부르게 먹을까봐 조바심 치고 이웃에 가서 서로의 흉보고 못살게 군 것,사실은 그게 다 우리가 스스로 저지른 어리석음이 아니라는 거 고백하고 인정하자.

    믿고 이해하자.

    나 너 좋아해!

    사는 거 보고 싶어!

    이런 말도 못하고 산 세월 아까워 애통하지만 그 제물 바쳐 우리 민족이 훌쩍 클 수 있었으니 다 괜찮다!

    상처를 거름 만들어 후손에게 준다면 그만한 밑천 어디 더 있으랴.

    누구는 한 번 만났다고 다 되는 건 아니며 한 번 만나고 그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쉰다섯 해 만에 욕하지 않고 만났는데 그게 수확이지 꼭 장사해서 돈 벌어와야 성과인가.

    헤어졌다 만나는 형제가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만 먹어야 꼭 화해하는 건 아니다.

    서로의 말 잘 새겨들어서 무슨 생각하는 지 알고 내 생각 정직하게 말해서 잘못된 오해들 다 풀어도 그게 태산이다.

    무릇 의심과 미움과 질시가 만병의 근원이거니 어찌 돈으로 다 따져질 것인가.

    누구보다 국민 사랑하고 나라 사랑해서 민족의 숙원인 남북문제 해결의 물꼬 터놓고 싶어한 사람,김대중.

    오래도록 민족 문제의 해결 방안을 고뇌한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햇볕정책"이라는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썼다.

    여러 군데서 그 말을 오해도 하고 비웃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국적 신념을 뛰어넘을 괴변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서울을 떠나고 "오랜 세월을 돌아 꿈에 그리던" 북녘 땅에 닿았다.

    이 하나의 사건,하나의 진실.

    그와 함께 우리가 마침내 거머쥔 겨레의 영광!

    오래도록 우리 민족 끝끝내 잊지 못할 것이다.

    ijl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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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약력 =

    <>1948년 강원도 양양 수복지구 출생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
    <>제4회 한무숙문학상 수상
    <>주요작품 "사랑과 상처""정은 늙지도 않아""절반의 실패""혼자 눈뜨는 아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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