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북경)시내 야윈춘(아운촌)근처에 "류경식당"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북한인이 경영하는 것으로 "오리불고기"와 "털게찜" 맛이 일품이다.

베이징에 들른 한국 관광객들이 "호기심 반,고기맛 반"으로 찾기도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첫 발을 들여놓은 13일 기자는 점심식사를 위해 이 곳을 찾았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으나 손님을 맞이하는 여종업원들은 전에 없이 활기가 넘쳤다.

평소에도 친절한 그들이었지만 이날은 유독 말이 많고 붙임성이 있었다.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한 종업원이 "우리도 알고 있습네다. 아주 좋은 일입네다"라고 답했다.

"정상회담 기념으로 오늘은 공짜밥 좀 먹읍시다"라고 했더니 "밥하고 회담하고 상관이 없다는 것 아시면서 그런 말을 합네까"한다.

베이징은 한반도 정세에 관한한 아주 특이한 도시다.

이 도시에는 한국인과 북한인,그리고 조선족 동포 등 "다국적 단일민족"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정세는 베이징의 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한국인과 북한인은 일반적으로 "날씨 이외에는 별달리 할 말이 없는" 관계였다.

일부 조선족 동포들은 한국인과 북한인 사이에 난 틈을 이용해 돈을 벌기도 했다.

서로 다른 국적의 이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한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되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인의 태도가 매우 부드러워졌다는 게 주위 한국인들의 얘기다.

취재중 만나는 북한기자들과도 대화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졌다.

그런가하면 일부 조선족 동포는 이번 정상회담을 크게 환영한다면서도 걱정스런게 있다고 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급격히 좋아져서 직접 교역하는 날이 빨리 올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양측간 다리를 놓았던 나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없어 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 "3국적 단일민족"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류경식당"이다.

한국인과 북한인,그리고 조선족 동포들이 류경식당에 모여 오리불고기 가자미식해 등을 시켜놓고 스스럼없이 평양 들쭉술을 기울일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베이징 한인들의 소박한 심정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