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날씨는 20여도로 약간 구름이 있었지만 맑은 날씨였다.

공항에는 미리 마중나온 사열대와 환영나온 시민들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분단 55년만에 남북 지도자들이 처음 만난다는 역사적 사실에 모두들 긴장된 모습이었다.

5백여명의 환영객들은 남성은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 여성은 붉은색 계통의 한복을 입었다.

모두 붉은 조화를 손에 들었다.

드디어 10시25분.

서울공항을 떠난지 1시간7분만에 김 대통령 일행을 실은 전용기가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가뿐하게 안착했으며 10시29분이 되자 전용기가 멎고 문이 열렸다.

10시33분.

환영객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김 국방위원장이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을 대동하고 직접 영접을 나온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곧장 전용기를 향해 걸었다.

환영객들은 "김정일"을 연호하며 빨간 조화를 흔들었다.

<> 김 위원장은 1분여를 걸어 비행기 트랙앞에 도착해 잠시 기다렸다.

이어 10시37분께 김 대통령이 트랩앞에 나와 잠시 북녘 하늘을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김 대통령은 이어 김 국방위원장을 향해 박수를 쳤고 김 국방위원장도 트랙밑에서 박수로 화답했다.

양국 정상이 첫 상봉하는 장면에서 환영 행사는 절정에 이르렀다.

10시38분 김 대통령이 트랩을 내려와 김 국방위원장과 두손을 마주잡자 환영나온 평양시민들은 "김정일" "만세"를 연호, 대규모 군중행사를 방불케 했다.

김 위원장은 한참동안 김대통령과 감격에 겨운 악수를 나눈 후 김 대통령을 안내했고 이희호 여사와도 악수로 인사했다.

김 대통령은 김위원장과 함께 온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10시39분.

두 지도자는 사열대앞에 나란히 섰다.

흥분과 긴장된 순간이었다.

경쾌한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사열대를 지난 김 대통령은 사열대 옆에서 기다리던 북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 대통령은 "반갑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연신 건넸다.

<> 10시45분.

김 대통령이 환영나온 평양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자 또다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두 정상은 1백여m 이상 늘어선 환영객들 앞을 지나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김 대통령이 환영객들 바로 옆을 지나며 인사를 나눴으나 경호원들이 가운데를 차단해 직접 악수를 나누지는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군중앞을 지날때 잠깐 서서 김 대통령에게 귓엣말을 하는 다정한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는 환영객들을 향해 서로 박수를 쳐주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환영객들은 "만세"와 "김정일"이라는 연호를 함께 보냈다.

10시50분.

양국 정상은 기다리고 있던 리무진 차량에 올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김 대통령이 먼저 승용차 뒤편 오른쪽에 오르자 김 국방위원장은 뒷자리 왼편에 앉았다.

뜻밖이었다.

차안에서 사실상 첫 비공식 단독정상회담이 열린 셈이다.

그사이 환영객들의 연호는 "김정일" 대신 "만세"로 바꼈다.

<> 김정일 극빙위원장은 13일 평양 순안공항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맞으러 나온 사실은 ''파격적 예우''로 평가된다.

특히 김 국방위원장은 김 대통령과 동승해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고 직접 그곳을 안내하는 열성을 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서 외국 고위인사를 직접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구의 경우 국빈방문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장관급 인사가 공항으로 마중나오는게 관례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