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맥나마라 < 전 미국 국방장관 >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미 대륙의 특정지역에만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후보는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감축하고 상호확증파괴전략(MAD.적국의 핵무기 선제공격을 단념시키는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전역미사일방어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6년 당시 소련이 모스크바에 탄도탄요격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사진을 입수했을 때,미국은 소련이 전국적 미사일 배치를 시작한 증거라고 결론내렸다.

나는 그때 린든 존슨 대통령을 만나 국방예산의 전면조정을 제안했다.

양국이 경쟁적으로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서두르자 결국 존슨 대통령은 이듬해 옛 소련과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 및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체결했다.

두 협정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상호확증파괴전략이다.

61년 나는 이 개념을 만들면서 러시아의 선제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핵탄두의 수요는 4백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냉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각각 1만5천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불충분한 정보때문에 서로의 의도를 모른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탄두수를 늘린 결과다.

상호확증파괴전략은 결국 군비확장경쟁을 초래했다.

이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는 부시 후보의 견해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대신 탄도미사일로 전국적인 방어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저지하지 않으면서 공격무기를 제한하는 협정은 의미가 없다.

클린턴 행정부는 러시아가 핵탄두수를 2천5백개까지 줄일 것을 희망하면서 미국이 먼저 핵탄두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공격무기 감축이 실현되지 않은 시점에 부시 후보가 미사일 방어 체제의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키 위해 알래스카에 1백개의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동시에 "몇년후 미사일 배치를 늘릴 수도 있다"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시 후보는 더 나아가 알래스카 외에 노스 다코다에 1백개를 더 배치하고 공중발사 미사일을 구비해 어느 나라의 공격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시후보의 이같은 생각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수정돼야 한다.

사실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해 러시아나 중국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미사일배치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답할 수 없다.

불확실한 환경속에서 한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게 될 것이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은 미국의 방어망 확산에 따라 공격 능력을 더 키워나갈 것이다.

이것이 미사일 방어망 강화가 초래할 위험이다.

상책은 전역미사일방어체제를 포기하고 공격무기의 최소화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핵강대국들은 공격능력과 무기 보유의 의도를 투명하게 밝혀야한다.

둘째 일방의 무력이 상대국보다 많아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그 규모는 핵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최소로 줄여야 한다.

공격 받은 나라가 첫 폭격을 받고도 치명적인 반격을 가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 핵 규모만으로도 선제공격을 제지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수 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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