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와 빨치산 출신,남파 간첩중 전향을 거부해 국내 교도소에 장기간 갇혀 있다가 석방된 비전향 장기수들은 남북정상이 자신들의 문제를 인도주의 차원에서 해결키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환호했다.

서울 봉천6동 "만남의 집"에서 생활중인 류운형(77)씨는 15일 "어안이 벙벙하다"며 "7천만 겨레의 간절한 소망이 결국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감사한다"며 "부모님과 일가 친척의 모습이 떠오르며 친구들도 그리워진다"고 밝혔다.

류씨는 지난50년 7월 원산에서 인민군에 입대,전라도까지 남하한뒤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벌이다 54년 체포돼 33년 3개월 동안 복역했다.

그는 "비전향장기수들도 고통받는 이산가족이며 전쟁포로였던 만큼 이미 송환됐어야 한다"며 "우리들의 송환이 조국 통일의 물꼬를 트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류씨와 함께 있는 비전향 장기수 6명도 기쁜 소식에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갈현1동 "만남의 집"에서 사는 비전향장기수 5명도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41년동안 복역하다 지난해2월 출소한 우용각(72)씨는 "남북 정상이 두번째 단독회담을 가졌다는 소식에 모종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밤새 TV를 지켜봤다"며 "북쪽에 두고 온 처와 자식들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98년 2월 출소한 뒤 대전에서 형제탕제원을 운영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 최선묵(72)씨는 "송환문제는 워낙 민감해 이번 회담때 거론조차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간 손꼽아 기다리던 귀향이 곧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도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비전향장기수송환 광주.전남추진위원회 고애숙 사무국장은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지말고 송환을 희망하는 55명 전원을 광복절 전에 돌려보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정책실장은 "비전형장기수 문제의 해결은 남북한 동포간에 쌓였던 미움을 녹일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