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분단의 역사가 비슷했던 동.서독의 통일도 정상회담을 통해 물꼬가 터졌다.

동.서독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전까지 네차례, 붕괴 후 두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장벽 붕괴 후 치뤄진 두번의 회담에서 동독의 독일연방공화국(서독) 편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드디어 90년 10월 역사적인 독일통일의 대역사가 창조됐다.

분단 25년만에 동독 에어푸르트에서 처음으로 성사된 첫 동.서독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유사했다.

회담 당일인 70년 3월19일, 세계의 이목은 온통 서독의 브란트총리와 동독 슈토프 총리의 대면에 집중됐다.

그러나 막상 회담장 안에서 가시적으로 합의된 것은 거의 없었다.

양측의 입장이 너무나 판이해 오전.오후에 걸친 두차례 회담이 별 소득없이 끝나버렸다.

두 총리는 밤 늦게 다시 만나 두달 뒤 서독에서 2차 회담을 가질 것만을 간신히 기약했다.

첫 회담은 양측이 "독일땅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데 합의한데 그 의의가 있을 따름이었다.

동.서독은 첫 정상회담 후 통일까지 20년이 걸렸다.

남북한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5년으로 동.서독(25년)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남북은 단절의 골이 더 깊은 만큼 재결합은 오히려 더 신속히 전개될 수도 있다는 ''역설적''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