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5일 오후 4시15분께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1시간 9분만인 오후 5시24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몇 분 후 김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공항 2층 행사장에 입장, 3군 의장대 및 취타대 사열을 마친 뒤 환영나온 실향민 시민 국회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만섭 국회의장과 최종영 대법원장,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 등 3부요인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울시립소년합창단이 "우리의 소원"을 부르는 가운데 이북5도민회와 이북도민중앙연합회에서 나온 실향민들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주신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흔들자 행사장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한 실향민은 "이번 회담으로 광복절에 고향에서 가족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어느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도착인사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6.15 남북 공동선언"의 각 항목을 조목 조목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그 의미와 내용을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동방예의지국에서 10여 살이나 위인 노인이 여기(평양)까지 왔는데 나이 적은 사람이 안오면 되느냐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요청했다"고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초청 수락이 쉽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도착성명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 청와대로 향한 김 대통령은 "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해요", "해냈어요, 대한민국이 통일됐어요" 등의 피켓을 들고 연도를 가득 메운 아이들과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서울시청 근처에 도착했을 때 차량에서 내려 직접 시민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과 이 여사는 이날 오후 4시께 55년 분단사에 길이 남을 2박3일간의 평양 방문일정을 마치고 평양공향에 도착, 귀경길에 올랐다.

북측은 김 대통령의 평양 도착때와 마찬가지로 성대한 환송식을 준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날 공항에까지 환송나오는 등 파격적인 예우를 계속했고 많은 시민들도 붉은색과 분홍색 조화를 흔들며 "만세"라는 환호성을 질렀다.

방북 첫날 들리던 ''김정일'' ''결사옹위'' 구호는 사라져 정상회담 기간동안 화해와 협력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실감케 했다.

이번에는 김 위원장과 김 대통령이 같은 차에 오르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 대통령 내외가 탄 차를 위해 자신의 차를 뒤로 빼도록 지시하는 등 예우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김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과 함께 북측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고 북한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북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출발 인사를 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정상회담을 개최토록 합의를 이끌어낸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국방위원장도 남측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두 정상은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씻어버리겠다는 듯 환한 표정으로 뜨겁게 포옹했다.

또 김 위원장은 "또 만납시다"고 말했으며 두 정상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듯 두손을 마주잡고 오랫동안 놓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김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자 거수경례를 한 뒤 손을 흔들어 환송인사를 하는 또 한번의 ''파격''을 연출했다.

이에 전용기 문앞에 선 김 대통령 내외도 한참동안 손을 흔들어 김 위원장과 북측인사들에게 답례인사를 보냈고 헤어지기 싫은 듯 한동안 서로 박수를 치며 상대방을 격려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