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결실에 대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민족은 평화의 시대,화해.협력의 시대,통일의 시대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합의 내용을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출간된 "통일을 이룬 독일 총리들"(귀도 크놉 저,안병억 옮김,한울,1만4천원)은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던져준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동과 서로 갈라져 있던 독일이 어떻게 통일을 이뤄냈는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신문을 거쳐 현재 독일 공영방송 ZDF에 재직중인 역사학 박사.

그는 이 책에서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부터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까지 50년간 독일을 이끈 6명의 총리를 중심으로 전후독일사를 일목 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를 통해 그는 통일이란 "과실"을 딴 사람은 콜이었지만 그것은 역대 총리들의 일관된 정책과 통일에 대한 의지,독자적 외교노선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종종 비스마르크에 비교되는 초대 총리 아데나워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전후 폐해를 딛고 독일식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는 친 서방정책을 통해 독일을 국제사회의 일원에 합류시킴으로써 통일의 텃밭을 일궜다.

"경제기적의 아버지"로 불리는 2대 총리 에르하르트는 모든 저항을 물리치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급속한 경제성장의 주춧돌을 놓았다.

3대 총리 키징거는 나치 전력 때문에 재임기간 내내 곤욕을 치뤘지만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사민당 출신의 4대 총리 브란트는 독일 건국 후 2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그는 1970년 동독의 에르푸르트 시를 방문,사상 최초로 동.서독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2년 뒤 양측간의 기본조약을 맺었다.

그가 일관되게 추진한 동방정책은 독일이 서유럽 국가에서 벗어나 유럽의 국가로 외교지평을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위기관리자"란 별명을 지닌 실용주의자 슈미트 5대 총리는 경제위기와 적군파의 테러 등 수많은 위기를 잘 극복해냈다.

6대 총리 콜은 전임 총리들의 정책을 상당부분 수용해 결국 통일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