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증시의 시계(視界)는 제로''

최근 경기과열을 식히는 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연준리(FRB)의 금리인상 러시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주가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증시가 앞으로 나갈지, 뒤로 물러날지가 분명치 않은 안개속에 갇혀 있다고 분석한다.

경기지표들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만하다.

16일 미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5월 신규주택착공건수는 전월보다 3.9% 감소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도 6개월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우려됐던 경기과열현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따라서 월가에서는 오는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다우지수는 2백65.52포인트(2.48%) 급락, 10,449.30으로 밀려났다.

2개월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이날 급락으로 지난주 3일 연속 오름세를 탔던 다우지수는 한주동안 1.6% 떨어졌다.

첨단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지난 한주동안 등락을 거듭하면서 방향감각을 잃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러온 ''금리인상''재료가 소진됐음에도 주가가 상승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후유증''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대표적인 구경제 종목인 프록터앤드갬블(P&G) 제록스 코카콜라 질레트 등을 비롯,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수익이 나빠지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부담이 늘어난데다 경기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조짐에도 불구, FRB당국자들이 인플레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는 요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증시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단기적으로 증시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푸르덴셜증권의 수석투자전략가인 그레그 스미스는 "증시에 더이상 향수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